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일본 민주당 간사장이 1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를 만났다. "선거(7월 11일 참의원 선거) 정세가 아주 나쁘다"는 의견을 전했다. '선거를 위해 물러나 달라'는 뜻이다. 앞서 민주당 참의원(상원) 의원들은 총리 사퇴를 당 집행부에 건의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민주당 대표다.

야당 자민당은 이날 하토야마 총리에 대한 문책결의안을 참의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사민당의 연립여당 이탈로 생긴 틈을 노린 것이다. 연립정부를 구성 중인 민주당과 국민신당의 참의원 의석은 1석 차이로 간신히 절반을 넘는다. 민주당 반발표가 나오면 문책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다. 결의안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치적 파괴력은 크다.

일본 정치가 다시 구심력을 잃었다. 여·야당 상관없이 '총리 끌어내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 언론이 일제히 발표한 여론조사가 원인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 조사에서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은 19%. 작년 9월 정권 발족 당시엔 75%였다.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59%를 기록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둘러싼 정책 혼란이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이 상태를 방치할 경우 7월 선거에서 건질 수 있는 의석을 20~30석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연립여당인 국민신당과 합쳐 최소 55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참의원 다수당 자리를 야당에 빼앗긴다. 권력 공백 상태를 감수하더라도 선거 전에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력이 약화되면서 대중영합형 정책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심야에 우정(郵政) 개혁법안을 야당 반발 속에 통과시켰다. 고이즈미 정부가 성립시킨 우정공사 민영화 노선을 수정한 법안이다. 일본 금융산업을 후퇴시키고 국채를 늘려 재정 적자를 필연적으로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초고속 심의만 거쳐 통과됐다. 1일에는 1735만명을 대상으로 아동수당(월 1만3000엔)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우정 개혁법안 통과는 연립여당인 국민신당의 '복수극'으로 통한다. 국민신당은 2005년 공사 민영화를 둘러싼 갈등으로 자민당을 이탈한 군소 정당이다. 미군기지 문제로 사민당을 잃은 민주당이 국민신당을 위해 선물을 준 것이다. 일본 정치의 구심력 상실은 2006년부터 반복됐다.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스스로 물러난 이후 5년 동안 총리 4명이 교체됐다. 아베 총리는 366일, 후쿠다 총리는 365일, 아소 총리는 368일 만에 하차했다. 재임 전반기를 보내는 이명박 대통령이 상대한 일본 총리가 이미 3명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안정 권력'을 획득한 정당이 사라지고 군소 정당들과 연립해 정권을 꾸리는 '이탈리아형 정치'로 변모하고 있다. 2005년 이후에만 자민당 이탈 의원들이 만든 정당이 5개에 달하며,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세력을 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