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문화부 차장대우

영국의 '헤이 페스티벌(Hay festival)'은 헌책방 거리로 유명한 영국 웨일스의 작은 마을 헤이온와이(Hay-on-Wye)를 세계적인 문학명소로 만든 축제다. 1988년 시작된 이 축제가 올해는 이전에 없던 행사를 하나 추가했다. 트위터(twitter) 쓰기 대회다. 페스티벌은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됐고 6일 우승자를 발표한다.

140자 내외의 짧은 글로 정보를 전달하는 트위터는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가입자끼리 실시간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Social Network Service)다. 그런데 내용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강조와 은유, 풍자, 묘사 등 다양한 문학적 표현 기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헤이 페스티벌은 바로 이런 현상에 주목했다. 서사 예술의 대중적 인기를 영화에 내준 문학이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는 방안의 하나로 젊은 층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며 전 세계에서 5000만명 이상이 가입해 활동하는 문자(文字) 놀이 신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트위터와 리터러처(literature·문학)를 합친 '트위터러처(twitterature)'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트위터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펭귄출판사는 지난해 말 트위터 글쓰기를 오프라인 글쓰기에 활용해 '트위터러처'라는 책을 냈다. 단테·셰익스피어·스탕달·조앤 롤링 등 고금(古今)의 문호들이 쓴 작품을 140자 이내의 글자로 압축해 소개했다.

지난해 5월 런던에서는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트위터 시 짓기 대회가 열렸다. 지하철 출근길에 시를 써서 행사 주최측에 전송하면 그 시를 런던의 지하철역 전광판에 전시하고, 최우수작을 뽑아 시상도 했다.

그런데 이 대회의 주최측은 '위대한 영국의 여름'이라는 시제(詩題)를 주며 "일본의 한줄짜리 단시(短詩)인 하이쿠(俳句) 형식으로 시를 쓰라"고 안내했다. 트위터가 일본 문학의 선전장으로 활용된 것이다. 최우수작을 뽑는 심사위원도 비틀스 멤버였던 존 레넌의 아내인 오노 요코가 맡았다. 그렇다면 시조(時調)라는 짧은 전통시를 가진 우리도 트위터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트위터는 도서관이 새로 들여온 책 정보를 도서관 회원들에게 전달하거나, 독서 캠페인을 할 때도 활용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의 300여개 도서관과 영국의 40여개 도서관이 팔로워(follower)라고 불리는 트위터 가입자들에게 도서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소설가들은 트위터로 자신의 신간을 소개한다.

한국에서도 트위터를 사용하는 '선구자 문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기 소설가 김영하씨는 6470여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자랑한다. 황지우 시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명작읽기 오프라인 강좌 관련 소식을 팔로워들에게 트위터로 전하고 있다. 소설가 은희경씨, 시인 김요일씨 등도 트위터에 입문했다.

문인들의 트위터 활용은 '문인과 팬의 소통'이란 점에서 일단 반갑다. 그러나 일본의 하이쿠처럼 자기 나라 문학을 알리거나 트위터 글쓰기 자체를 문학의 영토에 새로 포함시켜 문학의 저변을 확대하는 전략적인 접근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