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T―뉴스 이인경 기자] 김수현 작가의 SBS '인생은 아름다워'가 연일 동성애 논란으로 뜨겁다. '한드'에서 철퇴맞는 동성애 코드가 바로 30년전 '미드'에서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등장했다면, 이는 문화적 차이로 봐야할까? 아니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인 걸까?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여성들을 사로잡은 '섹스 앤 더 시티'가 2년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캐리의 결혼과 함께 '해피 엔드, 에버 애프터!'였던 1탄이 끝이었다면 캐리답지 않은 이야기였을 터. 싱글이든 유부녀이든 갈등과 고민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캐리를 자신이라 여기고 감정 이입하고 본 '섹스 앤 더 시티' 마니아라면 이번 2탄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잔뜩 호기심에 부풀어있을 것이다. 재미있게도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은 동성애 커플이 장식해 눈길을 끈다.
드라마 시즌6까지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의 절친 게이로 나왔던 스탠포드가 드디어 운명의 짝을 만났다. 하지만 그 상대는 엽기적이게도 사사건건 그와 부딪혔던 샬롯의 게이 친구 안소니다. 말끝마다 "너는 게이니까!"란 말로 스탠포드를 구박했던 안소니는 오프닝에서 동성 결혼식을 치르며, 스탠포드에게 진실한 결혼 서약을 한다. "처음부터 한눈에 당신에게 반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엔 깨달았다. 사랑이었다는 것을"이라고 말하는 안소니의 고백에 스탠포드의 눈망울은 촉촉해진다. 두 사람은 양가 부모의 키스 세례를 받으면서 행복한 결혼식을 치른다. 순백의 턱시도를 입고 리본을 단 스탠포드는 자신을 브룸(Broom: 신부를 뜻하는 브라이드와 신랑을 뜻하는 그룸을 합쳐 만든 조어)이라고 칭한다. 브룸의 뒤에서 들러리가 되어준 캐리는 검정색 보타이에 턱시도를 입고 스탠포드를 축하하는 쿨한 친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할 동성 결혼식을 쿨하게 받아들이는 캐리는 '섹스 앤 더 시티'가 '이 시대 여성들이 꿈꾸는 로망'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네 사람의 쿨한 유머도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샬롯이 자신의 보모가 너무 섹시한 가슴의 소유자라, 남편과 바람을 피우지 않을까 고민하자 캐리와 사만다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지 말란 법도 없지, 주드 로도 그랬으니까. 하하'라고. 성과 스캔들에 예민한 한국이었다면 당장 주드 로가 명예훼손으로 상영불가 소송을 걸었을 판이다. 쿨하고 시원한 네 언니들의 수다는 그래서 통쾌하고 멋지다.
캐리를 포함한 네 친구들의 인생 고민은 2탄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과거 에이든과 빅을 놓고 갈팡질팡했던 캐리는 또한번 '중동의 미래' 아부다비 여행에서 또한번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큰 틀과 제도가 미국에서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서일까? 캐리의 외도는 과거에 비해 매우 소심한 불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캐리를 '키드'(꼬맹이)라 부르는 '그로운 업'(어른) 빅은 따뜻한 마음으로 캐리를 감싸안아 준다. 캐리가 원하는 방식의 명품 주얼리 선물과 함께.
샬롯은 육아 고민, 사만다는 나이로 인한 호르몬 문제와 섹스 고민, 미란다는 변호사로서 워킹맘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각자 나름의 해결책을 찾고 아부다비 여행을 통해 또한번 우정을 확인한다.
엔딩은 게이 커플이 아닌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한다. 샬롯의 보모가 알고보니 레즈비언 커플이었던 것. 각자의 삶에 있어서 행복한 답을 찾은 네 뉴요커 언니들의 이야기는 큰 일탈 없이도 감동적이고 눈부시다. 아부다비 여행과 패션 스타일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며 오감을 만족시킨다. 캐리가 나고, 내가 캐리라 생각하는 여성들에게는 네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정겨울 것이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6월 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