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어뢰 프로펠러였다. 나도 모르게 '찾았다'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의 결정적 물증이 된 북한 어뢰 프로펠러를 서해에서 건져낸 대평호 선장 김남식(48)씨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쌍끌이' 어선 대평호는 사건 발생 해저를 샅샅이 훑은 끝에 어뢰 프로펠러를 건져 올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임을 드러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35t급 대평호는 지난 15일 오전 9시 25분쯤 사건 발생 지점 주변(북위 37도55분45초, 동경 124도36분02초) 해저 47m 바닥에서 어뢰 프로펠러 2개가 온전하게 달린 1.5m 길이의 어뢰 뒷부분 동체를 건져 올렸다. 대평호는 시험운용을 거쳐 지난 10일부터 사건 발생 해역에 투입됐다. 이번 수색작전을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일주일간 그물코 5㎜, 가로 25m·세로 15m에 무게 5t짜리 특수그물을 제작했다.
대평호는 지난달 29일 사건 발생 지역에서 좀 떨어진 외곽 해역에 투입됐었다. 그러다 결정적 물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군 당국이 지난 10일부터 대평호를 사건 발생 해역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윤종성 민관합동조사단 과학수사분과장은 20일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잔해 수거작업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조류나 수심 등 제한이 있었다"며 "고민 끝에 과거 공군 전투기 추락 사고 때 쌍끌이 어선을 (수색에) 이용한 사례를 확인하고 대평호를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평호가 소속된 대평수산은 2006~2007년 공군 전투기가 바다에 추락했을 때 바다 속에서 기체 잔해와 블랙박스 등을 건져 올린 경험이 있었다.
'쌍끌이' 수색작전은 어뢰 폭발 때 해저에 생긴 화구(火口)를 기준으로 가로 500야드, 세로 500야드(457mX457m) 해역을 25개 격자로 나눠 수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최두환 합동조사단 채증단장은 "합조단으로부터 어뢰의 잔해물이 폭발원점으로부터 30~40m 근처에 떨어져 있을 것이란 정보를 받아 (폭발원점으로부터) 500야드를 (집중 수색구역으로) 설정했다"며 "5월 15일 아침 8시 출항해 8시 30분에 1차 투망했고 어선과 투망의 방향을 고려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오전 9시 25분쯤 사건 발생 지점보다) 약간 위쪽에서 증거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발표에 참석한 김남식 선장은 "(작업을 하면서도) 어뢰 프로펠러가 실제 존재할지 의심도 많이 들었지만 건져 올리는 순간 '(우리가) 찾던 것이 저것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저를 포함해 합동조사단에서 나온 팀 등 12명이 작업을 했고 (프로펠러 수거 직후) 군 당국에서 촬영을 하고 모포로 손상이 안 되게 이중으로 싸 육지로 가져갔다"고 했다. 김 선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색 초기 성과가 없어 '과연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프로펠러를 수거한 순간 모두가 '찾았다'는 함성을 지르며 흥분했다"면서, "수색 작업이 힘들었지만 하루 8번까지 열심히 수색했고 하늘이 도운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