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t급 쌍끌이 어선 95동명호의 김양성(47) 선장은 해마다 9~10개월은 동중국해 등에서 갈치·조기·삼치를 잡으며 살아왔다. 20년을 그랬다. 두 척의 배가 함께 움직이고 한 배에 보통 13명씩 26명쯤이 탄다. 운반선이 수시로 오가며 보급품을 건네고 잡은 고기를 가져간다. 김 선장은 "운이 좋으면 5시간을 끌어 20㎏짜리 상자 7000개분 삼치를 잡기도 한다"고 했다. 그런 경우를 뱃사람들은 "한방 떴다"고 한다.
▶쌍끌이 어업은 어선 두 척이 자루처럼 생긴 저인망(底引網)을 바다 밑바닥으로 끌고다니면서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1953년 수산업법을 만들 때 연안에서 쌍끌이 어업을 못하게 했다. 치어(稚魚)와 조개 같은 수산자원의 씨를 말리기 때문이다. 선원들이 일본말로 '고데구리(작은 저인망)'라고 부르는 소형 저인망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2004년 '소형기선저인망어선 정리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집중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1999년 발효된 한·일 어업협정을 체결할 때도 '쌍끌이 파동'이 시끄러웠다. 일본과 협상하던 김대중 정부가 일본 수역에서 갈치·고등어 등을 매년 6500t씩 잡던 쌍끌이 어선을 조업 요구 대상에서 빠뜨린 채 협정을 타결하는 실수를 저질렀던 것이다. 어민들이 반발하고 비난 여론이 들끓자 결국 당시 김선길 해양수산부 장관이 물러났다.
▶주식시장에선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지닌 외국인과 기관이 상승을 주도하는 장세를 '쌍끌이 장세'라고 한다. 술자리에서 한 사람이 두 잔을 혼자 연거푸 마시는 폭탄주도 '쌍끌이'라고 한다. 어제 천안함 조사결과 브리핑에서 공개된 북한 어뢰 뒷부분을 찾아낸 것이 부산선적 135t급 쌍끌이 어선 대평11·12호였다. 지난 2006년 포항 앞바다에 추락한 F15K 전투기의 비행기록장치도 쌍끌이 어선이 찾아냈다.
▶이번 수색작업엔 120가닥 실을 꼬아 만드는 기존 그물 대신 420가닥을 사용한 특수 그물을 써서 찢기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조류에 휩쓸리지 않게 그물 끝엔 3t이나 되는 쇳덩어리를 달았다. 대평11·12호 선원들은 사력을 다해 하루 여덟번씩 작업한 끝에 북한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찾아냈다. 쌍끌이 배 선원들에게 훈장을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