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는 섹시하다.

영화속 할리우드 악녀는 깜찍발랄→청순가련→요조숙녀→섹시악녀로 성장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지의 대 반전이 악녀의 요체. 남자를 유혹한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리고 집착한다. 방해물은 거침없이 파괴한다. 계략과 음모, 그러나 공통점은 파멸이다. 영화관 혼자 가는 손님보다 남녀 데이트 커플이 훨씬 많다. 악녀가 잘 되면 데이트 남녀, 기분 더럽다. 그럼 영화 흥행 안 된다. 그 영화 보지말라고 동네방네 선전할 테니까.

재작년 할리우드 섹시스타 남녀 100명(미국영화잡지 프리미어)과 악녀 베스트 10(야후)의 명단이 발표된 적이 있다.

묘하게도 겹친다.

'베오울프'(2007년)에서 지독하기 짝이없는 악녀 어머니로 변신한 안젤리나 졸리는 섹시스타 5위.

'배트맨2'(1992년)의 표독한 캣우먼 미셸 파이퍼는 24위.

'LA컨피덴셜'(1997년)에서 신비의 섹시 요부로 등장한 킴 베이싱어는 26위.

'원초적 본능'(1992년)에서 뇌쇄적인 위험녀로 등장한 샤론 스톤은 37위.

'매치포인트'(2005년)에서 도발적인 섹시미로 커플을 파멸시킨 스칼렛 요한슨은 67위. '폭로'(1994년)에서 악녀의 성폭행을 과시한 데미 무어는 80위.

안젤리나 졸리는 '원티드'(2008년)에서 암살조직의 리더로 냉혹의 극치를 달린다. 세계 최고의 자선스타라는 이미지와는 정 반대로 분신해 할리우드의 쟁쟁한 섹시 스타들을 압도했다.

킴 베이싱어, 미셸 파이퍼, 샤론 스톤은 90년대 대표적인 섹시 악녀들이었다.

특히 '원초적 본능'에서 캐서린으로 등장한 샤론 스톤은 악녀 1위. 남자를 파멸로 이끈다는 신화속 요부 '팜므파탈'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경찰 취조실에서 노팬티인듯한 차림새로 다리를 꼬고는 담배를 후~하고 부는 장면, 그 형사(마이클 더들라스)를 자신의 침실로 끌어들여 남녀가 포개지던 순간, 관객들은 격렬한 정사신보다는 오히려 캐서린이 침대밑에 숨겨둔 얼음송곳으로 형사마저 죽이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던 기억이 있다.

마이클 더글라스는 공교롭게도 악녀들의 작업대상 1순위로 거푸 분장했다.

'폭로'에선 데미 무어에게 엄청 시달렸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노래 '언체인지드 멜로디'가 흐르는 가운데 애인과 함께 도자기를 굽던 환상의 여인이 돌변했다.

'폭로'에선 데미 무어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 더글라스를 성추행한다. 더글라스는 악녀의 육탄공세를 가까스로 피하지만, 성희롱범으로 폭로당한다. 대학때 자신을 찬 애인이자 부하직원인 더글라스에 대한 복수와 야망이 도사린 영화 '폭로'.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몸서리치게 보여준 영화였다.

더글라스는 할리우드의 연기파 여배우 글렌 클로즈가 주연한 '위험한 정사'(1987년)에서도 악녀에게 물려 거의 죽다가 살아났다. 유부남은 성적 욕망과 호기심에 하룻밤의 정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자에게는 삶의 집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교훈이었다. 직장으로 찾아가고, 한밤중에 집에 전화걸고, 급기야 딸을 유괴하고, 부인마저 해치려다 악녀가 파멸하고서야 끝을 맺었다.

20대 악녀로 잘 나가는 스칼렛 요한슨(26)은 일명 '아저씨킬러'로 생활속에서도 악녀의 기지를 십분 발휘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장 엘리베이터안에서 대담한 애정행각을 벌이다 들통나기도 했다.

'아이언맨2'(2010년)의 악녀 블랙 위도, 악당 두목의 비서로 팜므파탈을 과시한 '스피릿'(2008년)의 실큰 플로스, 약혼남의 테니스선생과 애정행각으로 불륜과 살인 끝에 파멸한 '매치포인트'(2005년)의 노라 라이스가 스칼렛 요한슨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른바 '국민여동생'에서 갑자기 악녀로 변신한 '할리우드판 문근영'으로는 다코타 패닝(16)이 압권이다. 다코타 패닝은 7세 수준의 지적장애 아빠와 친구하고 가르치고 보호하는 '아이 앰 샘'(2001년)에서 눈물바다를 이뤘다. 그런데 '뉴문'(2009년)에서 빨간눈의 흡혈귀 악녀로 변신하더니, '런어웨이즈'(6월24일 개봉예정)에서는 란제리 차림의 파격 섹시미로 일찌감치 팜므파탈의 길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