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신문 연재만화 '피너츠'엔 늘 담요를 끼고 사는 캐릭터가 나온다. 철학적인 말로 어른 흉내를 내지만 담요가 없으면 불안해하는 라이너스. 주인공 찰리 브라운과 함께 행복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독특한 캐릭터다.

심리학 용어인 '안정 담요'(security blanket)는 이 라이너스의 담요에서 유래했다. 어렸을 적 엄마가 덮어줬던 담요. 커서도 이것만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돼 이같은 말이 생겨났다.

라이너스 못지 않게 '담요'가 필요한 사람들이 스포츠 선수들이다. 항상 긴장한 가운데 게임을 해야 돼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선 뭔가 기댈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섹스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타이거 우즈에게 '담요' 역할을 한 것은 흰 테이프다. 클럽을 잡기 전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에 테이프를 두어번 감아 준다. 이 장면이 TV 화면에 비춰지면 대개 처음엔 '손가락을 다쳤나' 의아해 하기 마련이다.

타이거의 테이프는 워낙 널리 알려져 해설 또한 구구하다. 물집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거나 굳은 살 때문이라는 말도 떠 돈다. 심지어 결혼반지를 가리기 위해 테이프를 붙인다는 루머도 돌아다닐 정도다.

그러나 스윙 코치 행크 헤이니에 따르면 그건 타이거의 버릇이다. 테이프를 손가락에 감아주면 왠지 마음이 가라 앉는다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그의 퍼팅은 이 테이프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타이거에겐 테이프가 '안정 담요'인 셈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겐 목걸이가 '담요' 구실을 한다. 몸값이 워낙 비싼 선수들이어서 순금이나 다이아몬드일 것으로 짐작하겠지만 알고 보면 별 것도 아니다. 비싸봤자 50달러 안팎이다.

첨단 소재인 타이태늄에 비닐을 씌워 만든 것으로 일본의 화이텐이 독점 공급업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선수들이 저마다 목걸이를 차고 있는 걸 보고는 미국선수들도 따라하게 된 것.

메이커 측은 이 목걸이가 우리 몸의 생체 전기를 원활하게 흐르게 한다는 등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이를 귀담아 듣는 선수들은 별로 없다. 그저 오래 차고 있다보니 목걸이에 기대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 것 뿐이다.

삼진아웃을 당한 경우 다음 타석에서 목걸이를 한 번 만지작 거리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말을 하는 선수도 더러 있다. 일본의 얄팍한 상술이 메이저리그까지 점령했다고는 하지만 선수들도 목걸이로 인해 심리적 안정감을 취할 수 있어 서로 도움이 된 것은 틀림없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스타는 멜라니 우단이다. 지난해 US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세계적인 강호들을 거푸 눌러 준준결승까지 오른 17세 소녀다. 언론의 총애를 받아 일약 '미디어 달링'(media darling)으로 떠올랐다.

우단은 신장 5피트 6인치(약 168cm)에 몸무게는 고작 130파운드(약 58kg). 테니스 선수치고는 가녀린 몸매다. 하지만 자신의 몸집보다 1.5배나 큰 선수들을 모조리 제쳐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됐다.

우단이 의지하는 '담요'는 과연 뭘까.

테이프나 목걸이가 아닌 단어 하나다. 우단은 신발에 자신의 이름 대신 'believe'란 단어를 새겨 넣었다. 자신의 파워와 기량을 '믿는다'고 할까. 에러를 범한 후엔 힐끗 신발을 쳐다보는 우단. 용기를 얻은 듯 그의 서브엔 엄청난 힘이 실린다.

오늘의 삶이 아무리 팍팍하더라도 내일은 꼭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 어린 소녀가 우리에게 선물로 준 '담요'는 바로 '믿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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