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경이 기자] 최근 들어 노출, 섹스 등의 키워드로 영화 마케팅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임상수 감독이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영화 '하녀'는 에로틱 서스펜스 장르를 포방한다. 에로틱이 주는 어감, 그리고 예고편을 통해서 보여진 전도연의 감각적인 대사와 장면이 야릇함 그 이상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한 이후, 에로틱도 서스펜스도 다소 극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임상수 감독은 쿨하게 반문한다. 이 영화에서 어떤 것을 기대했냐고. 그렇고 그런 장면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서 많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전도연 그리고 임상수 감독이 만난 영화 '하녀'의 섹스신은 그리고 서스펜스는 관객들을 자극하기 위함이 아닌 적절한 서서와 분위기 그리고 감정을 잘 전달하는 것으로 충분히 다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칸으로 출국을 앞두고 있는 임상수 감독과의 대담이다.
- 영화 '하녀'를 리메이크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고 김기영 감독님이 한 10여년 전 부터 재발견되기 시작했고 특별전도 하고 젊은 감독들이 숭배했던 감독이라는 것도 드러났어요. 사실 저는 그렇게 관심이 많지도 않았고 좋아하지도 않았죠. 그런 점에서 광적인 감독 중에 팬들도 많이 있는데 제가 리메이크 하는 게 이상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 작품은 1960년도 작품인데, 당시 사회 경제적인 상황을 정확히 집어냈어요.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 상류층이 생겨내고, 무작정 상경한 농촌 여인들이 가정부로 들어가고 그런 사회적 맥락이 있었어요. 리메이크보다는 제 영화는 사회 경제 역사적 배경이 중요했고 '하녀'는 사회 경제적인 배경을 가지고 2010년에 맞게 할 수 있겠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제가 일관되게 했던 작업과 맞닿는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게 잘 찍었어요.
- 배우 이정재가 영화 '하녀'를 통해서 그 이전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약간의 악마성이 내포된 인물인 것 같기도 한 매력적인 옴므파탈의 전형인 것 같아요.
▲개인적인 친분이 있지 않고 이정재가 연기한 작품을 많이 본적도 없어요. 이번에 하게 된 것은 아주 급히 만나서 계약하고 바로 찍은 경우에요. 저도 그렇고 이정재도 그렇고 약간의 모험심이 약간의 리스크를 갖고 시작을 했죠. 그런데 거두절미하고 편집실에서 보면서 '이거 이정재 아니면 누가 이만큼 할 수 있었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좋은 캐스팅이었고 너무 잘했습니다. 잘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이정재 역할이 넘버2도 아니고 넘버3쯤 되는데 정말 욕심 부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왜 배우 마음속에 욕심이 없었겠어요. 그런데 자기가 나오는 신에서 절대 욕심 부리지 않고 아주 영리하게 뒤에 있는 척하면서 했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이정재의 아우라' 같은 게 정말 잘 살아났던 것 같아요.
- 노출 수위가 그리 높지 않았는데
▲사실 저처럼 섹스신 많이 찍은 감독은 없는데(웃음). 독창적으로 찍어야 하고 안했던 방식으로 찍어야 하고 새로운 섹스신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하녀'에서 보여진 섹스신은 진일보한 독창적인 섹스신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전후에 깔려 있는 분위기, 때때로 금지된 섹스라는 것의 무서운 점이 있으니 그런 식으로 감각적으로 찍으려고 했고 임팩트 있게 찍으려고 했죠. 길게 하는 것은 인터넷 동영상으로도 많이 볼 수 있으니 임상수 연출에 전도연이 연기하는데 그걸 기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배우들의 전폭적인 협조 아래, 짧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주 적절하게 임팩트 있게 찍었다고 생각해요. 구경거리로 찍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서사, 분위기, 그리고 감정을 전달하려고 했어요.
- 이정재와 전도연의 섹스 장면에서 이정재의 제왕적 포즈가 인상적이었어요. 다소 낯간지럽기도 하고 과장돼 보이기도 했어요.
▲두 배우한테 참 고마운데 장면이에요. 그 장면은 실내에서 한 것으로 이미 다 찍었어요. 두 사람이 포도주 마시고 만지고 그런 것을 다 찍었고 그 날 밤에 제주도에서 자면서 생각이 든 게 창문 밖에서 한 장면을 더 찍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두 사람은 힘든 거 다 끝냈는데 저도 너무 미안했어요. 아침에 일단 도연씨 방부터 찾아갔어요. 하나 더 찍어야 한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얼마나 싫겠어요. 그랬더니 '정재씨하고 이야기 했냐고 이야기하고 와라'고 해서 정재씨한테 갔는데 '필요하시면 찍읍시다'라고 해서 새로 다음날 또 찍은 거에요. 흔쾌히 오케이가 났는데 그 포즈를 짓는데 정재씨가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닌데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정재씨 뿐만 아니라 촬영 감독, 연출부도 너무 이상하다. 오버다. 그랬어요. 감독으로서 어려운 순간이죠. 그래서 제가 '오버 아니야. 재미있어 질거야'했어요. 두 배우한테 고마워요. 제가 하는 의견에 귀 쫑긋 세우고 제 디렉션에 대해서 존중하는 마음으로 쫑긋해준 것에 대해서 배우들한테 고맙게 생각을 해요.
- 허울 좋은 상류층에 대한 비판과 조롱을 많이 담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상류층을 풍자했고 조롱했고 경멸했다고 하는데 제가 언론 플레이성 멘트가 아니라 정말 오해한 것이에요. 전 아주 사실적으로 객관적으로 묘사했어요. 그런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객관적으로 묘사했어요. 정말 극한의 상황이 오면 누구나 그런 바닥이 보이게 돼요. 해라가 '나 정말 당신한테 친절하게 대해줬다'고 하는데 그런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풍자했다고 비난했다고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이중적인 관념때문인 것 같아요. 부자면 무조건 쌍심지 키고 욕하고 싶어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부자가 됐든, 병식쯤 계층이 됐든, 은이쯤 됐든, 가지고 있는 보다 좀더 행복할 수 있고 더 자유로울 수 있고 더 영혼의 고결함을 지니고 있는데 왜 그러지 못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이에요. 가정에 큰 상처를 받은 게 있는데, 그러지 않아도 살 수 있는데 왜 그랬는가. 왜 아직도 우리는 이렇게 사는가에 대한 질문이었어요.
- 임상수 감독은 시니컬하다 문제적 감독이다. 그런 수식이 있어요. 본인 스스로는 어떤 감독이라고 보는지.
▲'비꼰다. 시니컬하다. 핫한 소재만 가지고 와서 다룬다. 버르장머리 없다' 그런 말 많이 받는데 저는 사실 진지한 사람이고 연민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런 점에서 핫한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시니컬한 면이 있고 진지하지 않은 척 하는 제스처를 보이기도 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말하는 것만큼 촌스럽고 짜증나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을 미학적으로 포장하는 것뿐이에요. 제 영화는 진지하고 따뜻한 영화라고 생각을 해요.
- 에로틱도 서스펜스도, 각 인물간의 갈등의 관계도 극대화시켜서 관객들을 자극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의도된 것인지.
▲보통 갈등하면 싸우고 소리 지르고 그런 것을 생각해요. 갈등은 소리 지르고 물 끼얹고 그렇다고 보는데 그건 작가들이 실력이 없어서 그래요. 조용히 갈등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누구하나 큰 소리 안 내고 누구도 화내지 않으면서도 정말 징글징글한 장면을 그려 보이겠다고 생각했어요.
- '칸의 여왕' 전도연 그리고 '그때 그 사람들'로 칸이 사랑하는 임상수 감독의 결합에 제작 단계부터 영화 '하녀'는 칸 프로젝트, 칸 영화제용 영화라는 이야이가 많이 나왔어요.
▲사실 영화를 완성하고 칸에서 답변을 기다릴 때, 냉정하게 본선 경쟁에는 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창동 감독님 자리가 하나 있고, 거기에 이어 한국 영화가 두 편이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전 사이드섹션만 가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본선에 가게 됐어요. '칸 프로젝트'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때 그 사람들'도 갔기 때문에 차례가 언젠가는 올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여기에 전도연이 핫하기 때문에 업혀서 빨리 갈 수도 있다고 생각은 솔직히 했었죠.
- 수상에 대한 솔직한 심경은
▲그런 상황에서 본선에 끼어들었을 때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것 자체가 저한테는 큰 승리였어요. '다들 놀랐지?' 속으로는 그랬어요. 하지만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사실상 사이드섹션에 가면 영화제를 즐길 수 있어요. 한가하게 남의 영화도 보고 인터뷰 잠깐 하고 그러는데 '바람난 가족'으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갔었지만 정말 개같이 일해야 해요. 인터뷰도 많이 해야 하고 제일 나쁜 게 아무리 겸손한 척 해도 호텔방에 혼자 가면 '뭐하나 타야하는데...'하는 마음으로 고통 받아요. 인간이 할 짓이 못돼요. 인격 수련을 해야 하죠. 그래도 다음 작품을 찍고 그러려면 상 타는 게 유리하니까 그래서 가려고 불나방처럼 모이는 것입니다.
- 전도연과 작업을 한 느낌은
▲보통 촬영하는데 기다리고 깔깔거리고 놀고 그러는데 딱 슛 가기 10분 정도가 되면 저 쪽에 가서 몸은 여기 있지만 정신은 허공에 떠 있을 때가 있어요. 다음 찍을 커트에 대해서 머릿속에 생각하느라고 집중하고 있는 거죠. 그 때가서 누가 말 걸면 바로 욕을 얻어 먹어요(웃음). 그때 그렇게 놔두면 테스트 대충하고 딱 2번, 3번째 오케이가 나요. 다시 할 필요가 없는 연기를 해요. 아주 본능이 강한 배우죠. 대단히 본능적인 배우입니다. 전도연을 보면서 연기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아 연기는 이렇게 하는거구나를 느꼈습니다.
-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장인 감독으로 잘 찍어낼 수 있는 감독임을 계속 증명하고 싶고 저만의 색깔을 갖는 예술품이든 뭐든 그런 식으로 만들어내면서 계속 달려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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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