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지난 5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으로 알려진 북한 후계세습에 대해 '교감'하는 듯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7일 밝혀졌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정일은 후 주석에게 "양국의 선대 지도자들이 손수 맺어 정성껏 키워낸 전통적 우의 관계는 시대의 풍파와 시련을 겪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교체된다고 해서 변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져도 북·중 관계는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양국 우호관계를 시대의 흐름과 함께 발전시키고 '대대손손 계승'하는 것은 양국이 가진 공통된 역사적 책임"이라고 화답했다. '대대손손 계승'이란 말로 세습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선문답(禪問答) 형식이지만 북한 후계와 관련된 대화로 보인다"며 "과거 북·중 정상회담에서 '세대교체'를 언급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001년 김정일 방중 때는 "새 세기에도 조·중 친선을 더욱 발전", 2004년 방중 때는 "중국의 새 영도집단(후진타오 등)은 두 나라 노세대(老世代) 영도자들께서 키워주신 조·중 친선을 공고 발전" 등의 표현은 나오지만 '세대교체'라는 말은 없었다.
또 김정일이 이번 방중 때 후계 작업에 깊숙이 관여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동행시킨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북한 소식통은 "6자회담이나 경제 협력 등과 무관한 장성택 부장이 간 것은 결국 후계 문제를 중국에 알리기 위해서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일 매제(여동생 남편)인 장성택은 2008년 8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부터 후계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정은이 이번 방중에 동행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 당국자는 "4박5일 일정 동안 김정은이 화면 등에 잡힌 적은 없다"며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세대교체' 언급을 북한 후계와 연관짓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의 현재 4세대 지도부는 오는 2012년 시진핑 부주석을 중심으로 한 5세대 지도부로 교체될 예정"이라며 "중국 지도부의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