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엄중한 내면의 목소리가 언제나 거듭 들린다. '여기서 떠나라! 앞을 향해 나아가라, 방랑자여! 너에게는 아직 많은 바다와 땅이 남아 있다. 네가 누구와 더 만나야만 하는지 누가 아는가?" 철학자 니체의 말처럼, 니체 전공자이자 계명대 교수인 저자도 강렬한 충동에 이끌려 여행에 나선다. 하지만 정처 없이 무작정 떠나는 여정이 아니라 여러 번에 걸쳐 니체의 사상과 삶을 탐색하고자 하는 일종의 '테마 여행'이다. 니체의 생가와 무덤이 있는 뢰켄, 대학 시절 공부했던 도시인 라이프치히, 차라투스트라의 영감을 받았던 휴양지 질스마리아, 두통과 발작에 시달리면서도 초인(超人)과 영원 회귀 등 주요 개념을 정립했던 제노바 등을 답사한다.

따라서 책도 자연스럽게 여행서인 동시에 또 하나의 철학서가 된다. 니체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그리스의 신 디오게네스의 특별전을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본 뒤에,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로 역시 니체에게 깊은 영향을 받은 작곡가 말러의 교향곡 3번을 듣는 방식이다. 니체를 중심에 놓고 건축과 음악, 회화와 문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유(思惟)하기에 이른다. 저자는 니체의 삶을 이해하고, 니체의 사상을 탐색하며,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영혼의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