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일 오전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이날 오전 5시15분쯤(현지시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가 북-중 접경의 단둥역에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17량짜리인 이 열차는 북-중 정기 열차가 운행되지 않는 시각에 단둥에 도착했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이날 새벽 도착한 북한 여객열차는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로 확인됐다"며 "이 열차는 단둥역에 30~40분 가량 머문 뒤 베이징을 향해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은 철도 궤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 열차는 단둥역에 20∼30분간 정차해 열차 바퀴 폭을 조정했다. 김 위원장의 의전과 경호를 책임질 중국 측 인사를 태우기 위해 꼬리 부분에 기관차 1∼2량을 연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탄 열차가 단둥역에 들어오는 장면이 일본 후지TV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역과 압록강 철교 주변엔 이날 오전 4시30분쯤부터 200여명의 경찰이 2~3m 간격으로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오전 6시쯤부터는 단둥 역 앞 도로의 차량이 전면 통제됐다.

이어 김 위원장이 탄 특별열차는 4시간여를 달려 다롄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10시40분쯤 다롄역에 도착한 김 위원장 일행은 리무진 차량 15대에 나눠타고 시내 중심가인 푸리화(富麗華)호텔로 들어가는 게 목격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 일행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버스가 다롄의 유명 관광지인 빵추이(棒椎)섬에 있는 국빈관으로 이동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다롄 시내를 이동한 시간대에 다롄 시내 교통이 일부 통제되기도 했다.

인구 600만의 다롄은 중국 동북3성의 물류를 90% 이상 책임진 도시다. 최근 항만에 철도와 도로를 연계시켜 2020년까지 동북아 국제물류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김 위원장의 다롄 일정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다롄이 항구도시로서 조선소 등이 많다는 점에서 북한이 개발중인 라진항 건설 계획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중국 양측은 지난해 라진항을 보세와 중계 무역 기능을 갖춘 국제 물류기지로 개발키로 합의했었다. 김 위원장이 보세와 중계무역 기능이 강한 다롄을 돌아보며, 다롄을 벤치마킹해 라선시를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월 김 위원장 방문의 선발대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도 다롄을 방문했었다.

또 다롄은 2008년 북한의 라진항 1호 부두 독점사용권을 확보해 중국의 ’동해 출항권’을 따낸 창리그룹의 본사가 있는 곳이어서 김 위원장이 창리그룹 관계자들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창리그룹은 지난해 2600만위안(43억원)을 투자해 라진항 제1호 부두를 재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 일행이 다롄에서 하루밤을 지낼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 일행은 다롄 방문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방중 기간에 후 주석과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 총리, 시진핑 국가부주석, 리커창 부총리 등의 중국 수뇌부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중에 북한 후계자로 알려진 3남 김정은이 동행했는지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이 수행했다면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통해 양국 간에 후계구도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안함 침몰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겨냥한 의혹의 눈길이 쏟아지면서 안보 우려 해소 차원에서 북·중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국미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향후 북핵 6자회담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 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인해 김 위원장이 6자회담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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