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직업 있는 시각장애인 대다수가 안마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관계자의 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노동이 가능한 15세 이상 시각장애인(17만5742명) 중 직업을 갖고 있는 것은 9만9809명(56%)뿐이다. 2명 중 1명은 실업자란 얘기다.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를 갖게 된 김정남(38·시각장애 1급)씨는 1981년 서울맹학교에 입학해 10년간 점자와 보행법을 비롯해 안마자격증을 따기 위한 수업을 배웠다. 안마수업은 맹학교 학생이라면 꼭 수강을 하는 정규과목이다.
"앞이 보이지 않으면 직업을 없고, 직업이 없으면 희망도 없어요. 우리 같은 시각장애인은 안마사란 직업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죠. 현실적으로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없어요. 결혼도 해야 하고 돈도 벌려면 그 길밖에 없었죠."
안마 기술을 배운 김씨는 1991년 2월 서울 수유리의 한 안마시술소에 취업했다. 그러나 정상적인 의료안마가 이뤄지는 '안마원'과 달리 안마시술소 간판을 내건 곳은 대개 성매매가 이뤄지는 퇴폐업소였다. 그는 취객들이 던지는 온갖 폭언을 견디며 하루에 손님 3~4명을 안마해줬다.
그는 "취객의 행패나 폭언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신경도 안 써요. 진짜 문제는 안마사를 고용하는 업주죠. 시각장애 안마사라는 이유로 개, 돼지 취급해요. 하다못해 밥도 먹던 음식을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요"라고 말했다.
보통 안마사들의 수입은 한 달에 약 2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주된 일터인 안마시술소가 성매매의 온상으로 여겨져 안마사들의 고충도 커졌다. 최근 성매매 단속 강화로 이런 일자리마저 없어지고 있어 안마사들은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그는 "안마시술소 근무가 24시간이라 외출을 못해서 제일 힘들다"며 "하다못해 단속이라도 뜨면 영업을 못하니까 항상 불안에 떨었죠. 양지에서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데"라고 답답해했다.
김씨는 올해 3월 지인에게서 '시각장애인 안마사 경로당 파견사업'을 전해 들었다. 김씨는 시각장애 안마사협회를 통해 사업참여 지원서를 제출했고, 파견안마사로 선정됐다.
"많게는 300만~400만원 하던 월수입이 100만원으로 줄었지만, 어르신들 건강에 일조한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정시 출퇴근이 가능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서 기뻐요."
경기도가 올해 4월 1일부터 시작한 '찾아가는 어르신 사랑 안마서비스 사업'은 공인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취업 기회를 얻지 못한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도내 경로당에 파견해 양질의 무료안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업에 참여한 시각장애인안마사들은 2인 1조로 구성돼 경로당 1~2개소를 순회 방문한다. 경로당 노인들을 대상으로 전신안마, 마사지, 지압 등 각종 전문안마서비스를 실시한다.
대한안마사협회 경기지부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에는 1152여명의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있다. 이 중 42%에 달하는 487여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미취업상태다. 도내 경로당은 8436개로 서울 3002개에 비해 2배가 넘는다.
도는 이 사업에 4억9500만원을 투입한다. 4월부터 12월까지 시각장애인 안마사 50여명을 성남, 부천, 안양, 용인, 오산, 고양, 의정부 등 7개시에 파견할 계획이다. 경기도 장애인복지과 고재학 장애인정책담당은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취업난을 해소하고 건전한 안마 인식 확산으로 안마에 대한 수요를 확보해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