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희 논설위원

‘e존’이라는 저속(低速) 전기차가 다음 주부터 서울에서 일반도로에 나온다. 2인승으로 작고 차체가 플라스틱이라서 장난감차 같은 느낌이 든다. e존 같은 차를 본격 전기차라고 말하긴 어렵다.

전기차의 장점은 배기가스를 시골로 분산시킨다는 데 있다. 휘발유차는 도시에서 직접 배기가스를 뿜어낸다. 전기차는 시골에 있는 발전소에서 석탄·석유를 때어 전기를 만들면서 굴뚝으로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차에선 배기가스가 안 나온다. 전기차가 당연히 사람 건강에 해를 덜 준다.

전기차의 또 하나 이점은 에너지 효율이다. 휘발유차는 효율이 썩 좋지 않다. 미국 에너지부 자료를 보면, 연료탱크에 담은 휘발유의 에너지를 100으로 보면 바퀴를 움직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는 14.8(이 수치를 '탱크에서 바퀴까지(tank-to-wheel) 효율'이라고 부른다)에 지나지 않는다. 엔진을 돌릴 때 폐열(廢熱)로 소모되는 에너지가 62.4%나 된다. 라디에이터가 있고 냉각수를 넣고 하는 것은 그 폐열을 억지로 식히려는 것이다. 공회전으로 써버리는 에너지도 17.2%가 된다. 변속기 등의 동력전달 과정에서 다시 5.6%를 쓴다.

전기차는 얼핏 보면 효율이 나쁠 것 같다. 발전소에서 화석연료를 때어 전기를 만드는 과정의 효율이 40%밖에 안 된다. 발전소에서 100의 전기를 보내면 소비자의 콘센트에 도달하는 전기는 96이다. 배터리를 충전시킬 때 또 에너지 손실이 생긴다. 그러나 전기차를 움직이는 모터의 효율이 80~90%나 된다. 선풍기를 돌릴 때 모터 부위를 만져보면 미지근하기만 하다. 폐열 손실이 거의 없다. 전기차는 공회전도 필요 없다. 일본 게이요 대학 전기차연구팀의 홈페이지 자료를 봤더니 전기차의 전체 효율을 35%로 잡고 있었다. 한국전력도 전기차 에너지 효율을 계산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실무자는 정확한 수치에 자신이 없다며 "30% 안팎"이라고만 했다.

전체적으로 봐 휘발유차의 에너지 효율을 15% 안팎, 전기차는 30% 언저리로 보면 되지 않나 싶다. 일본의 어느 연구자료는 휘발유차 14%, 전기차 32%로 잡았다. 휘발유차와 전기차 속성이 섞인 하이브리드차는 기술 종류에 따라 15%에서 30% 사이의 다양한 수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전공 교수 3명에게 물어봤더니 휘발유차와 전기차 효율을 단순비교하는 건 무리라고들 했다. 전기차는 완성된 기술이 아니다. 지금의 기술로는 휘발유차와 똑같은 무게의 배터리를 실었을 경우 주행거리는 휘발유차의 10분의 1이 나오기 어렵다고 한다. 앞으로 배터리 효율을 5배 이상 끌어올리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충전소 같은 인프라도 갖춰야 하고 폐(廢)배터리의 처리도 큰 사회적 부담이다. 문제의 해결에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수십 년 후로 길게 내다보면 전기자동차가 대세가 될 것이다. 석유는 온난화 규제로 가격이 올라가는 게 불가피하다. 전기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태양광 전기로 전기차를 굴리면 오염도 안 나오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없다. 전기 공급망에 인터넷 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그리드가 실용화되면 전기의 효율은 더 올라간다. 일본은 며칠 전 2020년까지 신차 판매 대수 중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길 것이다. 우리도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