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짠물'.
언제부턴가 인천의 대표적 이미지로 굳어져 있는 '짠물'의 유래를 알아보는 전시회가 6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시작됐다. 5월30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기획 전시회의 제목은 '인천 짠물에 대한 해명'.
제목 그대로, 다른 지방 사람들이 흔히 비아냥거리는 투로 쓰는 이 '짠물'이 어떻게 해서 생긴 별명인가를 제대로 알려주려는 시도다.
'인천이 짠물이라구?', '소금이라 짠물이다', '맹물보단 짠물', '인천이 짠물인 이유는 세상이 싱겁기 때문이다'라는 4개의 작은 주제로 나뉘어진 전시장은 80여점의 각종 자료와 영상을 통해 그들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이 전시회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인천이 '짠물'이라는 별명을 갖게된 결정적 이유는 짠 바닷물과 염전, 그리고 소금 때문이었다.
이는 이미 「삼국사기」의 기록에도 나오는 일이다.
「삼국사기」 백제 본기 온조왕편에 보면 고구려의 시조 동명성왕(주몽)의 아들 비류와 온조가 그들의 이복 형제인 유리가 태자(太子)가 된 뒤 화를 입을까봐 남쪽으로 몸을 피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때 온조는 위례성(慰禮城)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의 기틀을 잡은 반면, 비류는 지금의 인천인 미추홀로 내려와 나라를 세우려 했는데 '땅이 습하고 물이 짜서' 살기 어려웠다는 기록이다.
이어 「세종실록 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등 조선시대의 대표적 지리서에 보면 '소금'이 인천의 특산물로 나온다. 소금기가 특히 많이 들어있는 바닷물, 풍부한 일조량(햇볕), 전국 평균치보다 떨어지는 강수량 등 인천은 소금을 생산하기에 아주 적합한 자연 환경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염전인 주안염전이 생긴 곳도 지금의 수출 5·6 공단 자리였고, 그 뒤로도 남동과 소래·군자 등지에 계속 염전이 생겼다. 1930년대가 되면서 인천의 소금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고, 여기에 염전에서 나온 소금을 정제하는 공장까지 시내 곳곳에 생겨 인천은 온통 '짠 동네'가 될 수밖에 없었다. '꼬마열차'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소래 협궤열차도 소금을 나르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짠물 인천'의 이미지가 이들 염전이 모두 없어진 지금까지도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전시장에는 옛날 이들 염전과 관련된 자료와 유물들이 여럿 모여 있다.
둥근 박을 이용해 만든 뒤 소금물을 물통에 담을 때 썼던 일명 '털바가지', 소금을 퍼서 모으는 소금주걱, 햇볕에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천일제염(天日製鹽) 법 설명서, 염전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는 도면, 염전에 바닷물을 퍼 올릴 때 사용한 물레방아, 인천에서 충북 청원으로 소금을 실어간다는 내용이 담긴 인천역 소금 화물표….
전시장에서는 이들 전시물을 한 번 돌아본 뒤 간단한 설문조사에 응한 관람객들에게 지금도 남아있는 영종도의 염전에서 생산한 소금을 명함 크기의 작은 봉투에 담아 선물로 준다.
이번 '짠물전'을 기획한 시립박물관 김래영 학예연구사는 "짠물이라는 말이 꼭 나쁜 뜻을 가진 것만도 아니고, 짠물이라는 별명에 인천사람들이 굳이 해명할 이유도 없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 사실을 사실대로 설명해 주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며 "앞으로 해마다 인천과 관련된 하나의 주제를 정해 이같은 기획전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수구 옥련동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옆에 있는 시립박물관은 오전 9시~오후 6시에 문을 열며, 월요일은 쉰다. ☎440-67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