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기자

경기도 파주 LCD산업단지로 들어서자 입구에 은색 파이프가 거미줄처럼 엉킨 공장이 눈에 들어 왔다. 높게 솟은 굴뚝에 적힌 '대성산업가스'라는 이름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디스플레이 전문 산업단지 안에 석유화학회사가 있다는 착각을 했을 것이다. 공장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공기 압축기가 굉음을 내면서 돌아가고 있었다. 주변의 일반 공기를 흡입해 산소·질소 등 산업용 가스로 만드는 장치다. 홍승표 생산안전팀장은 "우리 공장의 주원료는 주변에 널린 공기"라며 "옛날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듯 공기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산업가스사업"이라고 말했다.

공기를 고부가가치 상품 탈바꿈

산업용 가스는 난방이나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일반가스와 달리 산화 방지와 세척, 냉각 등 제품 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가스를 말한다. 종류는 100여 가지나 되지만 질소와 산호, 아르곤, 헬륨 등이 대표적이다.

질소의 경우 LCD 생산 장비가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산소는 유리기판이나 반도체 등의 표면을 깨끗하게 하는 데 사용된다. 이 외에도 식품 보관에서부터 철강 생산에 이르기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이 때문에 산업용 가스를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부른다.

지난 26일 경기도 파주 대성산업가스 공장에서 한 직원이 액체 아르곤을 운송차량에 주입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산업가스 생산 공장에서 산소와 질소 등을 뽑아내는 것은 '보랭탑'이라 불리는 50여m 높이의 굴뚝. 우선 산소와 질소 등이 섞인 일반 공기를 이곳에 넣어 급속히 냉각시킨다. 가스 종류마다 액화되는 온도가 다른 점을 이용해 가스를 분리해낸다. 예를 들어 산소는 영하 183도가 되면 액체가 되고, 아르곤은 영하 186도, 질소는 영하 196도에서 액체가 되면서 일반 공기에서 분리된다.

이렇게 분리된 가스는 '10억분의 3' 수준의 순도를 지닌다. 홍 팀장은 "아주 적은 양의 이물질이 들어가도 제품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최종 제품의 불량률을 낮추는 데 산업용 가스가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처음 공장에 들어서 본 은색 파이프는 이렇게 분리된 가스를 저장탱크나 공급처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대성산업가스 파주공장은 2㎞ 떨어진 LG디스플레이와 협력업체에 파이프를 통해 24시간 산업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만약 이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LCD 생산도 함께 멈출 수밖에 없다.

해마다 커지는 시장… 해외 진출도 모색

현재 국내 산업가스시장 규모는 1조1000억원 수준.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과 비례해 해마다 10% 정도 성장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의 에어프러덕츠와 프랑스의 에어리퀴드 등 외국계 기업 네 곳이 시장을 대부분 장악한 가운데 국내 기업인 대성산업가스가 20% 정도의 시장 점유율로 매출 기준 2위에 올라 있다.

그동안 국내 산업가스 회사는 외국 기업과 경쟁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주력해 왔지만 최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제조기업이 해외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사례가 늘면서 동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김형태 대성산업가스 사장은 "최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순도가 높은 가스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국내 산업가스가 석유화학 같은 수출상품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