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닷새째인 30일 해군 해난구조대(SSU)와 해군특수전여단(UDT), 육군 특전사 잠수요원 등 170여명의 잠수요원들이 투입돼 생존자 탐색·구조작업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탐색·구조작업은 수심 20m에 침몰한 함수(艦首) 부분과 실종자 대부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심 45m의 함미(艦尾) 부분 두 곳으로 나뉘어 벌어지고 있다. 조류가 약해지는 정조(停潮) 때 2인1조 잠수요원들이 함수 부분에 1개 팀, 함미 부분에 2개 팀이 투입돼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도 오전 2시와 8시, 오후 2시와 9시 등 네 차례에 걸쳐 한 번에 2~3개 팀 4~6명의 잠수요원이 투입돼 구조작업을 펼쳤다.

잠수요원 왜 한꺼번에 투입 못하나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은 "잠수요원이 170여명이나 되면서 왜 한꺼번에 여러 개의 밧줄을 연결해 여러 명의 잠수요원을 투입하지 않고, 두서너 명의 잠수요원만 투입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해군에 따르면 잠수조는 반드시 2인이 한 조를 이뤄 인도용 밧줄을 잡고 구조작업을 펼친다. 급격한 압력 차이로 잠수요원 중 한 명이 의식을 잃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여기에 잠수요원들이 수심 45m의 함미 부분에서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15분에 불과하다. 이나마 오르내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작업시간은 6~7분뿐이다. 잠수병으로 잠수요원들은 하루 한 번밖에 작업할 수 없다. 게다가 수심 45m는 잠수 교범의 잠수 한계 수심(130ft)을 넘는 깊이다.

해군 관계자는 "협소한 함미에 여러 개의 밧줄을 연결해 한꺼번에 여러 명의 잠수요원을 투입할 경우 밧줄이 꼬이거나 잠수요원들끼리 부딪혀 밧줄을 놓치면 조류에 휘말려 잠수요원이 실종하거나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1개뿐인 잠수 필수 장비

장비의 부족도 구조를 더디게 하고 있다. 해군은 광양함과 평택함, 청해진함 등 모두 3척의 구난함을 보유하고 있다. 광양함과 평택함엔 1개의 챔버, 청해진함에는 3개의 감압(減壓) 챔버(Chamber)가 설치돼 있다. 감압 챔버는 잠수작업에 필수적인 감압장치다. 높은 수압에 노출돼 있다가 감압 절차 없이 갑자기 수면으로 나오면 잠수병이 발생 할 수 있기 때문에 잠수요원은 감압 챔버에서 2~5시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천안함 구조작업에 동원된 구난함 가운데 감압 챔버를 이용할 수 있는 함정은 광양함 한 척뿐이다. 평택함과 청해진함의 감압 챔버는 모두 수리 중이다. 해군에 따르면 감압 챔버 수리에는 통상 3개월여가 소요되기 때문에 평택함과 청해진함이 사고 해역에 도착하더라도 감압 챔버는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광양함의 감압 챔버 수용인원은 최대 9명이지만 실제 구조 현장에선 이보다 적은 수용인원을 상정해 운용되고 있다.

SSU 관계자는 "광양함의 산소마스크는 9개지만 2명이 들어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4명까지 들어갈 수 있지만 지금껏 그렇게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감압 챔버를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잘 훈련된 잠수요원이 많아도 잠수 한계 수심보다 깊이 있는 천안함 함미에서 작업할 수 있는 인원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은 이런 해군의 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해군 출신의 한 실종자 가족은 "감압 챔버가 있는 구난함 3척 중 2척을 쓸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해군이 어디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 감압 챔버

잠수요원이 산소통을 메고 잠수하면 수압 때문에 농축된 산소와 질소를 흡입하게 된다. 산소는 신체 내에서 사용되지만, 질소는 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공기방울 형태로 혈액 속에 남아 있게 된다. 감압 챔버는 압축된 공기를 주입해 잠수요원이 잠수했을 때와 비슷한 압축된 공기를 흡입하면서 천천히 감압을 해서 체내에 남아있던 질소가 천천히 체외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장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