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이름을 바꾸기 위해 개명신청을 한 사람이 8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수치만 놓고 봤을 때, 국민 60명 중 한 명꼴로 개명신청을 한 것이다.

대법원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개명신청서를 낸 사람은 84만4615명으로, 이 중 73만277명이 이름을 바꿔 약 86.4%의 허가율을 보였다고 21일 밝혔다. 개명신청이 급증한 것은 2005년 대법원이 범죄를 숨기거나 법적 제재를 피하려는 의도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허가해줘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개명허가를 받은 16만2246명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었던 이름은 남자의 경우 ‘민준(552명)’, 여자는 ‘서연(1401명)’이었다. 남자가 선호하는 이름으로는 ‘민준’ ‘지훈’ ‘현우’ ‘민성’ ‘동현’ 등이 꼽혔고, 여자는 ‘서연’ ‘지원’ ‘서영’ ‘수연’ ‘민서’ 등이었다.

과거에는 촌스럽거나 어감이 나쁘다는 이유로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성명학적 이유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명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처럼 흉악범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개명신청을 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역사 속의 사법부(사법부 60년사)'에 따르면 선호하는 이름도 시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바뀌어왔다. 출생신고한 이름을 기준으로 1948년 가장 인기있었던 이름은 남자는 '영수', 여자는 '순자'였다. 1978년에는 '정훈'과 '지영', 1988년은 '지훈'과 '지혜', 1998년은 '동현'과 '유진'이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지원’ ‘현서’와 같이 남녀 간의 성별 구분이 힘든 이름이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