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살인'에 아내 잃은 형사의 복수극
… 2000년대 폭력성 보여줘
 



멜로 영화를 찾은 관객들이 사랑과 눈물, 웃음을 기대한다면 스릴러에서는 지속적인 긴장감과 논리 정연함 뒤에 오는 상상치 못한 반전을 기대한다. 영화 '무법자'(감독 김철한 신재혁)는 과연 관객들에게 어떤 길을 열어줄까.



'묻지마 살인'에 분노한 형사 오정수(감우성)와 지옥에서 탈출한 피해자 이지현(이승민)은 가정을 이룬다. 지현은 과거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며 그들에게는 다시 비극이 일어난다. 열혈 여형사 한소영(장신영)은 살해된 자신의 가족들을 안고 오열하는 오정수의 모습을 보고 살인마를 쫓기 시작한다.

영화 '무법자'는 시대의 폭력성을 보여준다. 1990년대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영화가 '살인의 추억'이었다면 '무법자'는 2000년대의 폭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의 폭력성을 보여준 다른 작품인 '추격자'의 아류작 같은 느낌을 지워버릴 수 없다. 주인공 캐릭터나 사건에 대한 공감 혹은 그 영화 안에서만 가지는 논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관객은 감동한다.

어떤 영화든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국내영화로는 두 명의 미국계 한국인이 저지른 살인에 대한 불분명한 판결에 대한 심판을 그린 '이태원 살인사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추격자'가 보여준 이유 없는 살인과 그를 잡으려는 이유 있는 추격, 반전의 재미는 있었으나 우리 정서와는 미묘한 괴리가 있었던 '세븐데이즈'도 연상됐다. 영상은 '트럭'을 회상하게 했다. 미국드라마 '24hours'의 수사방법과 편집기법이 그러하다. 이들보다 조금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어쩌면 '무법자'만을 '무법자'대로 공감할 수 없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 본다.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스토리 전개와는 별개로 블록버스터 스케일에 욕심을 냈다. 이는 현실에서 시작한 영화가 비현실에서 끝난 느낌을 준다.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결말로, 제작의도처럼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최고의 라스트 신'인지는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앞에서 보여준 흐름과 다르게 그 한 장면에서만 유독 튀는 스케일이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수 있을까.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쫓아 그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종류의 사건들이 다발적으로 일어나다가 주인공 정수의 가족이 살해된다. 등장인물과 관련 없는 인물의 사건들은 그저 일어날 일만을 예감하게 할 뿐 영화 속 인물에게 몰입할 수 없게 한다.

우리 사회에서 늘어나고 있는 묻지마 살인의 해결방법이 어디로 가야할 지를 모르는 것처럼 이 영화의 큰 줄기는 어디로 가야할지 명쾌한 답을 내어놓지 않는다.

현시대의 폭력성을 표현하는 독특한 기법일까, 조금 더 큰 '사고'를 쳐보기 위한 욕심 많은'무법자'의 실험일까.

형사로서 살인마를 쫓던 정수는 복수를 시작한다. 누구든 어느 날 갑자기 변할 수 있다는 섬뜩함, 누구든 어느 날 갑자기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우리는 과연 어떻게 복수하고 있는가. 과연 이 욕심 많은 '무법자'가 앞으로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대된다.

< 배진아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