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퀸' 김연아(20ㆍ고려대)가 밴쿠버 올림픽 여자피겨에서 역대 최고점수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8.50의 세계 최고점수를,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50.06의 세계 최고점수를 얻었다. 228.56의 합계점수 역시 사상 최고점수.
그런데 김연아의 점수를 이번 올림픽 남자 피겨 우승자와 비교하면 한참 처진다. 남자 피겨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은 미국의 에반 라이사첵(25).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90.30점(2위), 프리스케이팅에서 167.73점(1위)을 받았다. 합계 점수는 257.67점.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90.85점)에 올랐던 러시아의 에브게니 플루센코는 합계 256.36점으로 라이사첵에 1.31점차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라이사첵의 합계점수는 김연아에 무려 29.11점이나 앞선다. 그렇다면 큰 점수차이 만큼 라이사첵의 연기가 김연아를 훨씬 능가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고 이는 남녀 선수들의 구사 기술이 조금 다르고, 채점방식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우선 남녀 모두 2분50초(+,-10초)간 연기하는 쇼트프로그램. 남자 쇼트프로그램에서 90.30점을 받은 에반 라이사첵의 항목별 점수를 살펴보자. 그는 김연아와 마찬가지로 8가지 연기를 했다. 첫번째 연기로 기본 점수가 8.20인 트리플 악셀, 두번째 연기로 기본점수가 10.00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를 구사하는 등 기본점수로 40.00점을 받았다. 반면 김연아는 첫번째 연기로 기본점수가 10점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를 선택하는 등 기본점수가 34.90점이었다. 라이사첵이 더 높은 난이도의 연기를 한 것이다. 수행점수(GOE)에선 김연아가 9.80점으로 8.30의 라이사첵을 능가했다.
쇼트프로그램의 구성요소에선 기본적으로 남자는 받은 점수의 1을 곱하는 반면 여자는 0.8을 곱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김연아는 42.80점의 80%인 33.80점을 얻었다. 반면 라이사첵은 구성요소에서 42.00점을 그대로 인정받았다.
이같은 차이를 두는 것은 남자의 스피드와 파워가 여자를 압도하고 세부적인 기술도 남자가 여자에 비해 낫기 때문이라는 게 피겨 관계자의 얘기다.
다음은 프리스케이팅. 여기에선 남자는 13가지, 여자는 12가지를 연기하도록 돼있다. 기본적으로 남자의 점수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기시간도 남자는 4분30초(+,-10초), 여자는 4분(+,-10초)으로 차이가 난다. 이렇게 해서 라이사첵은 프리스케이팅 기술점수로 84.58점, 김연아는 78.30점을 얻었다.
또 프리스케이팅 구성요소에서 여자는 1.6을 곱하고 남자는 2를 곱하도록 돼 있다. 라이사첵의 구성요소 점수는 82.80점, 김연아는 71.76을 기록했다.
이런 불리한 여건에도 김연아가 얻은 228.56을 남자 순위에 대입하면 9위에 해당하는 호성적이다. 전문가들은 김연아가 남자경기에 충분한 대비를 할 경우 남자 톱랭커들과 겨뤄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 송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