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조선을 병탄(倂呑)한 일제는 여섯 해가 지난 1916년 7월 조선총독부 새 청사를 짓기 시작했다. 위치는 경복궁 근정전 앞으로 확정됐다. 왕조의 심장부를 틀어막아 새 통치자의 위세를 보여주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영원히 지속될 '대일본제국'이었기에 건물은 단단한 화강석으로 짓기로 했다. 땅을 고르고 기초를 다지는 데만 한 해가 걸렸다. 압록강변 원시림에서 자란 아름드리 소나무가 총독부 청사 터를 다지기 위해 잘려나갔다. 10만톤에 이르는 건물 무게를 떠받치려면 최소 15만톤을 지탱할 수 있는 1만개의 소나무 말뚝이 필요했다. 경복궁의 전각들은 헐려나갔고 궁전의 정문인 광화문도 제자리를 잃었다. 수많은 식민지 백성들이 지배자의 성전을 짓기 위해 동원되었다.
청사 설계를 보면 일제의 폭압적인 식민지 정책을 엿볼 수 있다. 청사 건물에는 밖에서 공격이 있을 것을 대비해 안에서 총을 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었다. 물고문이 가능한 취조실도 설치됐다.
조선총독부 청사 건립과정을 중심으로 일제 식민정책의 실상을 조명했다.
입력 2010.03.06.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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