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내부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거짓말탐지기로 조사를 벌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컷뉴스 2월 17일
원세훈 국정원장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요원들에게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거짓말탐지기에 의한 직원 조사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원 국정원장은 "지금도 보안조사를 할 때 일부 직원들에게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고 있고 외국 정보기관의 경우도 정기적인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한다"고 말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국정원이 개원(開院) 최초로 전 직원에게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하려고 하는 이유는 중요 내부 정보가 계속해서 언론에 유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원 국정원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원세훈 원장이 대통령에게 직보해야 할 남북정상회담 정보가 본인 아닌 다른 정보라인에서 새고 국정원 내부 인사이동도 노출되는 등 보안(保安)이 생명인 곳에서 보안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돼서다.
외국에서는 거짓말 탐지기를 얼마나 사용하고 얼마나 정확할까. 거짓말탐지기는 '폴리그래프'라는 전기반사 장치다. 피실험자가 질문에 답할 때 몸에 붙인 센서를 통해 심장박동수, 호흡, 피부전기반사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미국 최고의 정보기관이라고 불리는 중앙정보국(CIA)의 경우 입사할 때부터 직원들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는다. 또 정기적으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한다. CIA 정보요원들은 이 같은 과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국대 법대 한희원 교수는 "거짓말탐지기를 통해 받는 질문은 보안상 알려지지 않았으나 가족이나 친구관계 그리고 재산형성 과정, 이성문제 등에 대해 물어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CIA는 영국의 정부통신본부(GCHQ)에서 일하던 프라임이 이중간첩(二重間諜)이었던 게 밝혀지고 나서 영국에도 "정보 요원들을 거짓말탐지기로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미국과 영국은 정보 공유 양과 공조 수사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수사국(FBI)은 한동안 거짓말탐지기를 쓰지 않았다. 그러다 2001년에 27년 동안 FBI에서 방첩임무를 수행했던 로버트 필립 핸슨이 1985년부터 15년 동안 구소련과 러시아를 위해 이중간첩 활동을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직원조사를 시작했다.
미국 육군정보부대도 내규에 따라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해 주기적으로 비밀인가 재심사 과정을 거친다. 탈락자는 곧바로 정보 업무에서 제외된다. 최근엔 국방정보국, 국가정찰실, 국가안보국도 거짓말탐지기로 직원을 조사한다.
거짓말탐지기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지난해 검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2000∼2004년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피의자 진술이 거짓말로 나타났다며 기소했던 1261건 가운데 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형사사건(재판 진행 중 사건 제외)은 1165건에 달했다.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검찰 기소 처분과 재판 결과의 일치율이 92%를 넘는다는 의미다. 경기대 이수정(교양학부) 교수는 "최근 만들어지는 거짓말탐지기 중 뇌파를 이용하는 기계는 정확도가 90% 이상이고 전문가들이 검사 결과를 분석할 경우 정확도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거짓말탐지기의 원리를 생각해보면 측정 대상자의 신체, 정신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희원 교수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걸리지 않고 통과한 경우도 실제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1952년부터 1985년까지 중국을 위해 활동한 CIA의 스파이 우-타이칭과 1985년부터 구소련을 위해 일했던 CIA의 에이메스는 모두 거짓말탐지기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에이메스는 1994년 2월 검거되기 전까지 1986년과 1991년 두 차례의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무사히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