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전국 최대 폭력조직인 ‘칠성파’의 두목 이강환(67)씨를 놓친 것과 관련, 검거작전의 사전에 유출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부산 연제경찰서 등에 따르면 부산지역 건설업체 대표를 상대로 4억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씨를 잡기 위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지난달 22일 오전 11시50분쯤. 이씨의 동선을 이미 파악하고 있던 경찰은 강력계 직원들을 동원, 체포영장 발부 직전 부산의 한 호텔 커피숍에 미리 잠복시켰다.
휠체어를 탄 이씨가 이 호텔 커피숍에 들어선 것은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채 30여분이 지나지 않은 낮 12시20분 전후였다. 그러나 이씨 일행은 커피숍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지 않고 곧바로 방향을 돌려 화장실 쪽으로 가는 척 하면서 경찰을 따돌리고 사라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이씨가 자리에 앉지 않자 직접 검거에 나서려고 했지만 시민들이 있는 호텔로비에서 조직원들과 유혈사태 등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작전을 수정, 이씨를 거주지에서 검거하기로 했다. 이씨가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경찰은 생각했고, 통상적으로 이씨는 집 앞에 도착하면 운전기사랑 단 둘이 있는 경우가 많아 거주지에서 검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후 이씨는 집 뿐만 아니라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동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씨 측근을 통해 체포영장 만료시한인 28일까지 출두할 것을 종용했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은 2일 이씨를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
이씨의 검거가 실패로 돌아가자 경찰의 수사정보가 유출되고 있지 않나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전국 최대 규모의 폭력조직 두목에 대한 검거에 나서면서 다양한 정보원을 두고 있는 이씨를 너무 얕잡아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씨가 체포영장 발부 직후 이를 곧바로 알아챈 것은 경찰 내부에서 정보가 유출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같은 경찰서 바로 옆에 있는 팀도 모르게 이씨에 대해 철저한 보안 수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어떠한 정보 유출 기미도 없었다”며 “체포영장 발부과정에서 다른 경로를 통해 정보가 유출됐거나, 영장발부 직후부터 보안이 유지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