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원지동에 들어서는 화장시설인 서울추모공원이 계획수립 9년 만에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25일 원지동 68번지 일대 17만1335㎡ 부지에 서울추모공원과 종합의료시설을 건립하는 공사 기공식을 가졌다. 이곳에는 2012년 4월까지 화장로 11기를 갖춘 화장장(3만6453㎡)과 가족공원(5만8336㎡)이 들어선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는 종합의료시설(6만9575㎡) 부지에는 국립의료원이 새로 건물을 지어 2014년 말까지 이전할 계획이다.
화장시설은 685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건립되지만, 지하 20m까지 땅을 파고 건물을 짓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면 지하에 들어간 모양이 된다. 서울시는 "화장로의 소각으로 발생하는 소음과 매연, 분진 및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최첨단 연소설비가 설치된다"며, "이를 통해 화장시설 배출가스의 양은 정부 권고 기준치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태양광 발전과 지열 시스템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추고, 지하 주차장 등 건물의 조명도 자연광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짓기로 했다.
공원 내 들어서는 가족공원에는 다양한 생태공간이 조성되며, 공원 전체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거대한 꽃 한 송이 모양이 되도록 설계했다.
서울시는 급증하는 화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998년부터 경기도 고양시 시립승화원(벽제화장장)에 이은 제2화장장 건설을 추진했다. 서울의 화장률은 1997년 30.7%에서 2000년 48.3%, 2005년 64.9%, 2007년 70.2% 등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80.4%, 2020년에는 91.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면호 서울시 복지국장은 "그동안 벽제화장장에 설치된 23기의 화장로만으로는 급증하는 화장 수요에 대처하지 못해 서울시민의 20% 정도는 경기도 등 다른 지역의 화장장을 비싼 값을 치르며 이용하거나, 화장시설 부족으로 3일장 대신 4~5일장을 하는 가정도 많았다"며 "원지동 추모공원이 완공되면 2020년까지 시내 화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2001년 서울추모공원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부지 선정까지 마쳤지만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어 왔다. 그러나 2007년 4월 대법원이 주민들이 제기한 추모공원 건립 반대소송에서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었고, 2008년 6월 정부와 종합의료시설을 들이기로 합의하면서 사업이 급진전됐다. 시는 당초 원지동 추모공원에 20기의 화장로를 건설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 조정을 반복한 끝에 화장로 규모를 11기로 줄였다.
경부고속도로 진입로 주변 양곡도매시장과 화물터미널 인근에서 추모공원까지는 560m의 터널을 만들고, 별도의 대중교통은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민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추모공원 건립으로 서울시민이 멀리 가지 않고도 원하는 때에 쾌적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