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묵 국제부 기자

요즘 대규모 리콜사태를 겪고 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회사 이름과 브랜드 이름이 '도요타'인데 창업주의 손자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의 성은 왜 '도요다'인가요? / 서울 서초구 독자 김민정씨

A: 창업주 姓은 '도요다'지만 1937년 회사 이름을 '도요타'로 改名… 발음 쉽게 하고 회사와 오너 가족을 구분 짓기 위해 바꿔.

도요타자동차는 자동 직조기(織造機·옷감을 짜는 기계) 제조회사인 도요다 자동직기제작소에서 시작됩니다. 창업주 도요다 사키치(豊田佐吉)는 1926년 자신의 성을 따서 회사를 세웠습니다. 회사 설립 전부터 도요다 사키치는 직조기 관련 발명으로 유명했습니다. 1890년 '목제 인력 직조기'로 첫 특허를 얻은 후 100여건의 특허권을 따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영국 '플랫브러더스(Platt brothers)'사의 방적기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플랫브러더스에 직조기 관련 특허를 팔기도 했습니다.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세인 도요다 기이치로(豊田喜一郞)입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선진 기계 기술을 배우러 유럽과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전문 분야인 영국의 방적기보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막 개화하기 시작한 자동차산업에 매료됐습니다. 그는 일본으로 돌아온 뒤 1933년 '도요다 자동직기제작소 자동차부'를 만들어 자동차 개발을 시작합니다.

1935년 도요다는 첫 자동차 A1, G1을 개발하고 1936년 '도요다 AA'를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새 자동차 회사의 이름과 로고를 공모합니다. 공모에 채택된 사명은 도요다가 아닌 '도요타(トヨタ·TOYOTA)'입니다. 회사와 창업주 가족을 구분 짓고, 발음을 더 쉽게 하고, 탁점( ·일본어의 'ㅋ·ㅌ·ㅊ'을 'ㄱ·ㅈ·ㄷ'으로 발음을 바꾸는 표기)을 없애 로고로 만들기 쉬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요타'로 적으면 8획으로 끝나 행운을 부르는 의미가 있다고도 전해집니다. 1937년 8월 28일 이 이름을 채택한 '도요타자동차공업'이 설립되면서 현재의 도요타자동차가 탄생합니다.

현재 도요타 본사가 위치한 도요타(豊田)시 역시 일본식 한자 발음대로 읽으면 '도요다'가 됩니다. 하지만 도요타자동차의 이름을 따 도시 이름을 바꾼 것이기에 도요타시로 발음합니다. 도요타는 1938년 뽕밭으로 뒤덮인 작은 마을 고로모(擧母)에 자동차 공장을 세웠습니다. 고로모 마을은 이 공장을 적극 지원했고, 20여년 후에는 아예 도시 이름까지 도요타로 바꿨습니다. 도요타의 성장과 함께 시골 마을 고로모는 일본 내에서 재정 자립도 1·2위를 다투는 부자 도시 도요타시로 탈바꿈했습니다.

한편 도요타자동차의 영문 표기는 'TOYOTA'인데 '토요타'가 아닌 '도요타'라고 적는 것은 한국어 어문 규정 때문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 표기법은 일본어의 어두에 무성음 거센 소리(ㅋ·ㅌ·ㅊ)가 올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東京(TOKYO)'은 '도쿄'로, '京都(KYOTO)'는 '교토'로 표기합니다. 도요다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토요다'가 아닌 '도요다'로 적는 것입니다. 하지만 도요타자동차의 한국법인은 '한국 토요타자동차'입니다. 자사 브랜드 이름을 보다 분명히 발음하고 표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