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고대벽화에서 발견된 옛 한국인의 흔적, 신라무덤에서 발굴된 서역 유물…. 실크로드의 생생한 숨결을 따라 오고 간 고대 한반도와 서역 간 활발한 교류를 보여주는 전시회와 강연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아시아관에서 9월 26일까지 열리고 있는 《동서문명의 교차로-우즈베키스탄의 고대문화》 전시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23~28일 '우즈베크 주간' 행사를 개최한다. 23일 권영필 상지대 초빙교수가 '머나먼 소그드, 가까운 소그드'라는 주제로 실크로드를 통한 고대 한국문화와의 교류에 대해 강연하고, 26일에는 장준희 한양대 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이 '우즈베키스탄의 고대문화'란 주제로 강연한다.
중앙아시아의 나라 우즈베키스탄은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이지만, 고대한국과의 교류는 각종 미술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권영필 교수는 "고구려 벽화에서도 고대 우즈베크 지역에 살았던 소그드 문화의 영향을 찾을 수 있다"며 "안악3호분 벽화의 무용 장면은 소그드의 춤인 '호선무(胡旋舞·빙빙 돌면서 추는 춤)'를 방불케 하고, 장천1호분 벽화의 연희장면도 소그드 연희와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24~25일 전시장에서는 김혜원 학예연구사가 전시 설명을 해준다. 우즈베키스탄의 고대유물 150여점을 선보이는 이 전시회의 하이라이트는 아프라시압 벽화 모사도이다. 고대 실크로드의 핵심지로 번영했던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의 옛 아프라시압 궁전터에서 1965년 발굴된 7세기 중엽의 벽화에는 조우관(鳥羽冠·새 깃털로 장식한 모자)을 쓰고 허리에 긴 칼을 찬 사신 2명이 그려져 있다.
벽화의 많은 부분은 채색이 떨어져 나가거나 윤곽이 흐려졌지만 발굴 당시 실물을 종이에 옮겨 그린 모사도에는 고대한반도의 보편적 양식이었던 조우관이 사신들의 머리 위에 또렷이 보인다. 이들의 국적에 대해선 고구려·신라·발해 등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현재 학계는 고구려 쪽으로 의견을 좁힌 상태다. 연개소문 집권 이후 고구려가 당을 견제하기 위해 파견한 외교 밀사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사신들이 차고 있는 칼은 경주 계림로 14호분에서 출토된 서역계 황금보검과 모양새가 매우 흡사하다. 마침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황금보검을 해부하다》 특별전(4월 4일까지)에서 이 황금보검이 전시 중이어서 두 전시회를 오가며 그림 속 칼과 황금보검 실물을 비교해 볼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