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미·엔터테인먼트부 방송팀 기자

16일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모태범 선수가 국내 빙속(氷速) 사상 최초로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감격적으로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모 선수의 모습 대신 2위에 오른 일본의 나가시마 선수가 화려한 금빛 운동복에 일장기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이 더 오래 화면에 소개돼 깜짝 놀랐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건가요? / 서울 여의도동 독자 김명순씨

A: SBS는 공급 받은 화면 방영할 뿐… IOC측 PD가 금·은 헷갈린 듯

실제로 이날 경기가 끝난 뒤 2위 나가시마 선수는 1분 30여 초 동안 카메라에 잡혔지만<왼쪽 사진·'모태범 금메달' 자막 아래 환호하는 일본 선수> 우승한 모태범 선수는 고작 27초간 화면에 등장하는 데 그쳤습니다.<오른쪽 사진·태극기를 흔드는 모태범 선수> 지난 14일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금메달을 딴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 선수가 1분 6초, 은메달을 딴 이승훈 선수가 15초 동안 화면에 등장한 것과 비교해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방송 직후, 올림픽을 독점 중계하고 있는 SBS에는 시청자들 항의가 쏟아졌습니다. 이는 SBS가 경기 화면을 직접 촬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현재 전 세계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올림픽 경기 중계 화면은 IOC가 구성한 주관 방송사 OBSV(Olympic Broadcasting Services Vancouver)가 촬영한 내용으로 통일돼 있습니다. 이번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 중계 화면도 마찬가지입니다. IOC는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을 각국 방송사들이 직접 중계할 경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 우려해 지난 72년 뮌헨 올림픽부터 이런 방식으로 중계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 방송사들은 이렇게 받은 화면에 자신들의 캐스터, 해설자의 음성과 자막을 입혀 최종적으로 시청자들에게 경기 장면을 전달하고 있는 겁니다. 88년 올림픽 당시에는 KBS가 주관 방송사였고 MBC가 협력 방송사였습니다. IOC는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전까지는 주로 개최국 현지 방송사 중 1개사를 선정해 주관 방송사 업무를 맡겼지만 이후로는 직접 선발하거나 파견된 인력을 중심으로 직접 주관 방송사를 꾸리고 있습니다. SBS 스포츠 제작부 관계자는 "모든 경기 중계에서 우승자를 중심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게 정상적인데 이번 스피드 스케이팅 500m 경기의 경우, 담당 PD가 1, 2위가 모두 동양인이라 누가 우승했는지 헷갈렸던 것으로 보인다"며 "중계 화면 구성에 대해서는 IOC 나름의 규칙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SBS는 추가 진상 조사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IOC룰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독점 중계료로 20억달러 낸 미국 NBC는 중계 화면을 독자 제작합니다.

SBS는 20일 이후 열리는 쇼트 트랙 경기와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 경기에 소형 중계차 하나를 동원할 예정입니다. 경기 장면은 IOC가 제공하는 것을 쓰지만 객석의 응원단 모습, 경기를 마친 선수들 인터뷰 등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찬반토론] 올림픽 비전문가 해설, 여러분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