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제(66) 울산과기대 총장은 "국제사회에서 대학이 경쟁하는 데 영어에 능통하지 못하면 한계가 있다"며 "지난해 개교부터 영어 강의 100%와 영어 공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한국대학의 숙제인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총장은 경상대 총장을 지낸 분자생물학자로, 이 분야에서 제자들을 세계적인 학자로 길러 내왔다.
―울산과기대는 전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고 있는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본강의·세미나·연구실 공용언어는 모두 영어다. 이뿐 아니라, 학생들은 수강신청과 리포트, 중간·기말고사, 교수 강의 평가 등도 모두 영어로 하고 있다."
―영어 강의의 폐단도 있다. 수업내용을 전달하는 데 비효율적이고 교수들 불만도 있을 것이다.
"한글 강의를 하다가 영어강의로 바꾼다면 그런 문제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개교와 동시에 모든 교육을 영어로 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별로 없었다. 예컨대 우리 대학은 신임교수를 뽑을 때 영어강의를 전제로 면접을 하므로 영어 강의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없다."
―올해부터 추가로 실시하는 '영어 공용화' 분야는 무엇인가.
"교육분야의 영어 공용화는 이미 완성됐다고 본다. 올해부터는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과 학사 업무에서 영어 공용화를 추진한다. 우선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영어만 사용하도록 하겠다. 교내 식당 중 영어만 사용하는 '영어 카페'도 올 하반기 오픈한다."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학교 행정의 의사소통 문제이다.
"학사 행정문서는 이미 영어로 처리하고 있다. 앞으로 학사규정도 영어로 만들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로 업무를 하는 것이다. 우리는 3년 내에 교무·학사 등의 부서는 외국인이 있건 없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도록 하겠다. 또 교수회의를 비롯한 모든 교내 회의도 영어로 대체한다."
―교직원 불만은 없나.
"신설 대학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우리 대학은 교직원을 뽑을 때 토익 850점 이상과 영어 회화 우수자를 선발한다. 매우 우수한 교직원들이라 '영어 공용화'에 적극적이다."
―이렇게까지 영어를 써야 하는 이유는?
"국제 공통어에 능숙하지 않으면 대학이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앞서가는 대학들이 홍콩과 싱가포르에 많은 비결이 무엇인가? 언어 문제이다. 영어의 걸림돌을 적극적으로 극복해야 대학이 앞서 나갈 수 있다."
―울산과기대가 벤치마킹하는 곳은?
"홍콩과기대다. 18년 전에 한국 대학들을 모델로 만들어진 이 대학이 영국의 평가기관인 QS 세계대학평가에서 35위(조선일보·QS 아시아대학평가 4위)로 발전한 이유는 영어 공용어를 바탕으로 해외 우수교수, 학생들과 교류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10년 내 홍콩과기대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