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욱·중대부고 2학년

나는 지난 7월 코트라(KOTRA)의 자원봉사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들의 영어 실력이었다. 싱가포르가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보니 느낌이 달랐다. 싱가포르 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 자기 아버지를 마중나온 초등학교 4~5학년쯤 되는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아이는 아버지와 거의 모든 대화를 영어로 했다. 쉬운 단어를 쉽게 구사하는 아이를 보면서 '영어는 저렇게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코트라 싱가포르 지사와 숙소를 이동할 때 택시를 타는 경우도 있었다. 택시 기사들도 모두 영어소통이 가능했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노인들도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를 하거나 영자 신문을 읽었다. 왜 외국 기업들이 아시아에 본부를 정할 때 싱가포르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지 이해가 갔다.

싱가포르는 '영어 몰입 교육'이라고 해서 모든 교과 과정을 영어로 진행하니까, 중국계·말레이계·인도계 할 것 없이 모든 국민이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운다고 한다. 싱가포르 보통 사람들이 쓰는 영어가 이상한 부분도 있지만 충분히 의사소통은 된다고 한다. 이런 개방성이 기업 활동과 관광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싱가포르에 본부를 둔 '정치경제위험컨설팅(PERC www.asiarisk.com)에서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아시아 12개 국가 중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가장 힘든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고 한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영어에 투자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눈은 여전히 영어 소통이 가장 안 되는 나라라는 것이다.

우리가 영어 공부하는 방식을 보면 이런 문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대부분 학생들이 영어능력평가 시험을 준비하지만 대부분 공부 방식은 읽기(reading)와 듣기(listening)에 편중돼 있다. 말하기(speaking)와 쓰기(writing)는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한 '기본' 정도로 공부하고 듣기와 읽기에서 점수를 만회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토익이나 토플 점수는 높아도 영어 소통은 신통찮다.

싱가포르에서 우리 학생들의 우수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우수성이 영어라는 장벽 때문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무시당하기도 한다. 정말 억울한 일이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영어 몰입 교육 방안이 나왔다가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싱가포르를 보고서 우리도 영어 교육 문제에 대해서 뭔가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