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골 경찰관'은 앞으로 승진이 어려워진다. 경찰이 7월부터 매년 한 차례 경찰관 체력을 측정해 그 결과를 훈련 성적(경정 이하)과 보직 인사(총경급)에 반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본지 1월 23일 보도
경찰이 체력 검정을 인사고과에 반영키로 한 것은 경찰 체력이 일반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8월 경희대 김형돈 교수팀(체육대학)이 이런 '추측'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도 했다.
'경찰관 체력검정제 도입 및 경찰관 맞춤형 기초체력 향상 프로그램 개발 연구'에 따르면 경찰은 윗몸일으키기(1분) 횟수가 34.5회로 일반인 (36.8회)보다 뒤졌다. 팔굽혀펴기(1분)도 29.2회로 일반인(31.1회)보다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 경찰이 발표한 체력검사의 난이도는 얼마나 될까. 본지 기자 한 명과 인턴 기자 두 명 등 3명이 올해 7월부터 경찰이 측정할 체력 검정을 미리 체험해봤다.
본지 기자는 키 168㎝·몸무게 68㎏인 28살 남자이며 인턴기자 조현웅은 173㎝·76㎏·23살, 이진환은 167㎝·58㎏·26살이다. 이 가운데 조현웅은 군 복무 중 생긴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다.
경찰 체력 검정은 악력(손아귀 힘)·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1200m 달리기 등 총 4개 항목이었다. 등급은 최고 1등급에서 최하 4등급까지 있다. 이들 3명이 악력을 측정한 곳은 서울 종로구 보건소 3층이었다.
악력 측정기는 팔을 다리에 닿지 않게 서서 손잡이를 당기면 된다. 기자는 오른손 악력이 39.1, 왼손 악력이 36.0이었다. 인턴기자 조현웅은 오른손 32.1, 왼손 33.4이었고, 이진환은 양손 모두 30.1이 나왔다.
경찰 체력 검정 기준표를 보면 20~24세 남자 악력이 40 이하면 최하 등급인 4등급이다. 1등급은 53 이상이다. 25~29세 남자의 경우 4등급은 39 이하 1등급은 52 이상이다. 기준표에 따르면 기자 세 명 전부 최하 등급인 4등급이다.
종로구보건소 김미나 운동처방사는 "인간의 몸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힘이 '악력'"이라며 "체력 검정이 한두 주 앞으로 다가오면 연습을 하겠다는 소방관이나 군인들로 붐빈다"고 말했다.
1200m 달리기는 동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실시됐다. 비흡연자인 기자와 조현웅은 각각 275.98초, 293.59초를 기록했고, 4년째 흡연한 이진환은 242.26초였다. 기준표에 따르면 20~24세 남자 경찰은 1등급이 288.0초 이하다.
365.1초 이상이면 4등급이다. 25~29세는 1등급이 300.0초 이하, 380.1초 이상은 4등급이다. 기자와 이진환은 1등급, 조현웅은 2등급을 받았다. 일반인보다 뒤처진다는 윗몸 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는 어떨까.
헬스장에서 두 가지 종목을 해봤다. 조현웅은 허리디스크가 있는 관계로 두 종목에서는 빠졌다. 실제 경찰관이 디스크가 있을 경우 '체력 검정 제외자'로 분류돼 최하 등급인 4급을 받는다.
기자는 1분 동안 윗몸일으키기를 43개 했다. 이진환은 31개였다. 20~24세 경찰은 1분당 50회 이상이어야 1등급이며 28개 이하는 4등급이다. 25~29세 경우 46회 이상이 1등급, 26회 이하는 4등급이다. 기자는 2등급, 이진환은 3등급이다.
박희정 트레이너는 "일반 트레이너들은 1분당 70회 정도 할 수 있지만 일반인의 경우 50회를 넘기려면 매일 꾸준한 연습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팔굽혀펴기는 기자와 이진환이 각각 65회와 52회를 했다.
20~24세 경찰은 47회 이상은 1등급 22회 이하는 4등급, 25~29세는 44회 이상이 1등급 21회 이하는 4등급이다. 따라서 두 사람 모두 팔굽혀펴기에서 1등급을 받았다.
경찰청 체력 검정 담당자는 "체력 검정 기준이 다소 낮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소방 또는 군 등 유사기관과 기준을 비슷하게 맞추려고 했고 최하 등급인 4등급의 경우 타부처보다 기준이 더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