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여성 연구단체나 여성학계에서는 출산은 물론 낙태까지도 여성의 고유한 '권리'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사회가 저출산의 해법으로 과도한 낙태 금지 입장을 취하는 것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3일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고발에 대해 반대 성명서를 발표한 여성단체들은 "고발과 통제로 낙태문제를 풀려 한다면 음성적 낙태만 늘어나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계가 강하게 반발한 것은 의사회의 고발이 정부의 저출산문제 해법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구가 곧 경제력'이라는 경제 논리로 여성의 낙태를 막으려 하고, 결국 여성의 신체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사회 전반을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프로라이프(prolife) 의사회’차희제 회장(가운데), 최안나 대변인(왼쪽), 심상덕 운영위원이 3일 불법 낙태시술을 한 의혹 이 있는 산부인과 병원 3곳에 대한 고발장을 들고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정책국의 김홍미리 활동가는 "저출산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데도, 여성에게만 책임을 지우려한다"면서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일부 여성학자들은 부도덕성이 강조된 단어인 '낙태(落胎·아이를 뗀다)'대신 여성의 권리 행사를 의미하는 '중단'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혜정 서강대 양성평등상담실 교수는 "이번 문제는 임신 지속 여부에 대한 찬반문제라기보다는 신체결정권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낙태를 무조건 막으면 부작용만 커질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절박한 상황의 여성들이 국경을 넘어서라도 낙태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계에서는 "5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 현행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의료계·여성계 등의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정하자는 입장이다.

낙태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피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상 소장은 "낙태를 상담하는 기혼 여성이 예상 외로 많다"면서 "피임 교육을 공교육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명적인 함정, 낙태
[찬반토론] 태아의 생명권 vs 여성의 결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