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31.06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약 5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됐다.
31일 BBC방송,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그동안 행방조차 묘연했던 '비텔스바하-그라프(Wittelsbach-Graff)' 다이아몬드가 29일부터 미국 워싱턴DC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2008년 이 다이아몬드를 약 2500만 달러(약 2900억원)에 사들인 영국의 백만장자 보석상 로렌스 그라프(Graff)가 자신의 이름을 붙인 '비텔스바하-그라프' 다이아몬드를 오는 8월1일까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대여했기 때문에 열릴 수 있었다.
비텔스바하-그라프는 신비로운 푸른색을 띠며,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모양으로 깎여 있다. 17세기에 스페인의 필리프 4세가 오스트리아 황제 레오폴드 1세와 혼인하는 딸 마르가리타 테레사에게 선물로 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1722년 바바리아 영주인 비텔스바하 가문이 다이아몬드를 소유하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바바리아가 공화국이 된 뒤, 1931년 경매에 나온 적이 있으나 다시 행방이 묘연해졌다. 1958년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 등장했고, 로렌스 그라프가 사들이면서 ‘비텔스바하-그라프’라는 지금의 이름이 탄생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비텔스바하-그라프와 ‘호프(Hope)’ 다이아몬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소장한 호프는 비텔스바하-그라프와 함께 가장 크고 아름다운 푸른색 다이아몬드로 알려졌다.
호프는 비텔스바하-그라프보다 약간 큰 45.52캐럿이다. 유명한 보석상 해리 윈스턴이 1958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기증했다. 비텔스바하-그라프와 마찬가지로 선명한 푸른색을 띠고 있다.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등, 호프 다이아몬드를 소유했던 사람들이 불행한 최후를 맞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프는 '저주의 다이아몬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동안 호프와 비텔스바하-그라프가 같은 원석에서 분리된 것인지 궁금히 여겼다. 두 다이아몬드가 평소에는 푸른색을 띠지만, 자외선을 비추면 오렌지빛으로 빛나는 등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비텔스바하-그라프가 스미스소니언에 대여되면서 두 다이아몬드를 면밀히 비교·분석할 수 있게 된 광물학자들은 “두 다이아몬드는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라며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사촌쯤은 되지만 친형제는 아닌 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