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한 사회부장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검찰의 소환(召喚)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검찰교육과학기술부가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김 교육감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14일 1차 소환 통보한 데 이어 20일 2차 소환 통보했으나, 김 교육감은 불응(不應)했다. 검찰은 26일 오후까지 출석하라는 3차 소환장을 발부한 상태다.

김 교육감의 직무유기 혐의는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과 관련한 것이다. 교과부는 작년 6월 전교조의 1차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전교조 교사 88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시·도교육청에 징계를 요청했다. 경기도를 제외한 15개 시·도 교육감은 해당 교사들을 징계위에 넘겼으나, 김 교육감은 작년 11월 1일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미루겠다"며 경기지역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징계를 사실상 거부했다. 교과부는 작년 12월 '징계의결 요구 의무 미이행'과 '직무 이행 명령 미이행'을 이유로 김 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명박 정부와 교육 노선이 다른 김 교육감은 작년 4월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지원해온 전교조 교사들을 징계한다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일제고사 폐지 같은 '반(反) MB 교육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경기도민들의 표를 얻어 당선된 선출직(選出職)으로서, '그 정도의 반발(징계 거부)'은 자신의 권한 범위 안에 있다고 여겼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선출직 공무원이 임명직(任命職) 공무원과 같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민의 표를 얻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신성한 일이며, 이에 따라 선출직에게는 임명직에 비해 상당한 재량권(裁量權)이 주어지고 있다.

하지만 선출직이라고 해서 법 체계를 벗어나서 제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다. 법에는 교육부 장관이 적법하게 행한 명령은 교육감이 따르도록 돼 있다. 교육감의 자체 판단에 따라 이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명령이 아니라면, 법령에 따른 합법적인 직무(職務)명령에 대해서는 당연히 준수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국가의 지휘·감독권이 어디까지 미치는지에 대해 분명한 원칙을 세웠으면 하는 생각이다. 경기도 교육감이 경기도의 교육 자치를 맡고 있는 최고 책임자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통령이 임명한 교육부 장관과는 종속(從屬)관계이다. 교육부가 교육청의 상급 기관이고, 교육부 장관이 선출된 권력 가운데 최고위직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기 때문이다.

16개 시·도 지사들도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선출직이고, 소속 정당도 제각각이지만, 대통령과 행정안전부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다. 지방자치법에 의해 자치단체가 자기 책임과 부담하에 처리하는 자치사무는 선출직 기관장의 재량 범위 안에 있다. 위법한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상급 기관에서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국가가 자치단체에 위임한 위임사무는 상급기관의 철저한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교원의 임용·징계는 국가사무이며, 교육감에게 '기관 위임'된 것이므로, 교과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시·도 지사, 시·도 교육감, 시장·군수·구청장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선출직이라는 점을 내세워 상급 기관의 정책을 따르지 않는다면 국가 차원의 일관된 행정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정무직 지방공무원, 선출직들이 취임할 때 '법령을 준수한다'는 취지의 선서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