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당국이 주민들에게 난데없이 '세계'와 '인민생활'을 강조하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신년 공동사설에서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고 하더니, 이전에는 보기 힘들던 밝은 분위기의 포스터를 내놨다.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구호를 담은 포스터가 있는가 하면, 식료품과 구두, 술, 색동저고리 등을 쌓아놓고 그 뒤에 한복 차림의 여성과 아이가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린 포스터도 있다. 포스터만 보면 북한이 '글로벌 실용주의'에 동참하기라도 한 듯한 분위기다.
그러나 북한이 이렇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강조하는 건 역설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현실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공개적으로 경제실패를 인정하기도 했다. 최근 노동신문을 통해 "흰 쌀밥에 고깃국"의 꿈을 실현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이다. 안으론 척박한 북한 주민들의 삶을 거짓 희망 메시지로 가리고, 밖으론 한국의 옥수수 지원 수용과 대남 보복 협박을 병행하는 북한의 행태는 이중적이면서도 변화무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