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하와이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버디 자랑'이 골프계에서 화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2일 백악관에서 미셸 위, 폴라 크리머 등 작년 솔하임컵(미국과 유럽의 여자골프 대항전) 우승을 이끈 미국 대표팀 선수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LPGA 투어를 주름잡는 선수들도 놀랄 만한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휴가 때 하와이에서 2번 아이언으로 버디를 잡았다는 일화였다. 크리머는 이 얘기를 듣고 "대통령의 골프백에 2번 아이언이 있다는 게 가장 놀라웠다"고 말했다.

프로들도 다루기 쉽지 않아 '멸종' 위기에 처한 2번 아이언으로 버디를 잡을 정도라면,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일단 보통 이상일 것 같다. 그의 핸디캡은 16(72타 기준일 때 88타를 치는 것) 정도로 알려졌다.

프로들도 정확한 임팩트 힘들어

주말 골퍼들 사이에선 "벼락 치는 날 라운드를 할 때는 3번 아이언이 안전하다"는 농담이 있다. 하느님도 3번 아이언은 잘 못 치기 때문에 벼락도 비켜간다는 우스갯소리다.

그런데 2번 아이언은 3번 아이언보다 로프트 각도도 작고, 클럽 길이는 더 길어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폼생폼사'의 주말 골퍼들이 골프백에 1~2번 아이언을 넣고 다니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보통은 3~4번 아이언도 잘 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2번 아이언은 세트로 판매되지 않고 별도 주문을 해야 살 수 있어 골프숍에서도 구경을 하기 쉽지 않다.

프로들도 "정확한 임팩트가 힘들다"는 이유로 2번 아이언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캘러웨이골프 이태희 팀장은 "국내 투어에서는 남자는 3번, 여자는 4번 아이언까지 쓰는 선수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아이언과 우드의 장점만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클럽이 발달하면서 롱아이언의 인기는 더욱 시들해졌다.

미 PGA 투어의 톱클래스 선수들에게도 롱아이언은 편한 클럽이 아니다. 스위트 스팟이 좁고, 가장 민감한 헤드의 아이언을 쓰는 필 미켈슨이나 앤서니 김도 3번이나 4번 아이언은 초·중급자들이 즐겨 쓰는 캐비티 백(헤드가 크고 뒤에 홈이 파인 형태) 스타일을 쓰고 있다.

2번 아이언을 잘 다루면 바람이 심한 날 낮은 탄도로 페어웨이를 공략하기가 좋다.사진은 한 대회에서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날리는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

티에 올려 쓸어치는 연습이 효과적

2번 아이언을 가장 효과적으로 쓴 선수는 20대 때의 타이거 우즈였다. 낮은 탄도로 250야드 이상 날아가는 모습이 목표물을 요격하는 스팅어 미사일을 닮았다고 해 '스팅어 샷'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우즈도 30대에 접어들면서 2번 아이언에 부담을 느끼며 사용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시즌 우즈는 PGA투어에 17번 출전했지만, 2번 아이언을 들고 출전한 대회는 7월 브리티시오픈이 유일했다.

선수마다 차이는 있지만 2번 아이언 샷의 비거리는 5번 우드 샷과 비슷하다. 다만 탄도는 2번 아이언이 낮다.

우즈가 작년 브리티시오픈 때 5번 우드 대신 2번 아이언을 골프백에 넣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바람이 강하고 벙커가 깊은 링크스 코스에선 2번 아이언이 낫다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작년 국내 남자골프에서 2승을 올린 이승호도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5번 우드보다 탄도가 낮은 2번 아이언이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선수 중에는 노승열이 240야드 정도를 공략할 때 2번 아이언을 즐겨 친다. 그는 "기본 탄도가 좀 높은 편이어서 하이브리드 클럽보다 롱아이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롱아이언에 대한 '공포심'을 가진 주말 골퍼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노승열은 "롱아이언은 드라이버처럼 쓸어쳐야 하는데 일반 아이언 샷처럼 찍어치는 스윙을 하면 임팩트가 잘되지 않는다"며 "티에 올려진 공을 치는 연습부터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