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열린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의 2008~2009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후반 25분 바르셀로나의 쐐기골을 터뜨린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기쁨에 겨워 자신의 푸른색 축구화를 손에 쥐고 입을 맞췄다. 그날의 활약을 이끌어 준 축구화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팀별로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선수들이지만 축구화는 제각기 다른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인 동시에 전장(戰場)에 나선 그들의 가장 믿을 만한 '무기'다. 올 6월 개막하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스타들의 역동적인 몸놀림만큼이나 화려한 축구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공에 쏠릴 시선을 잠시 축구화에 둔다면 보다 재미있게 월드컵을 즐길 수 있다.

축구화는 발을 보호하는 장비에서 첨단 과학의 산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골을 터뜨린 뒤 자신의 축구화에 입을 맞추는 리오넬 메시.

스터드는 축구화의 존재 이유

축구화의 상징은 바닥에 박힌 스터드(stud·징)다. 스터드의 효용성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을 통해 입증됐다. 당시 서독 대표팀의 용품을 담당했던 아디다스 창업주 아디 다슬러가 세계 최초로 떼었다 붙일 수 있는 착탈식 스터드를 고안했고, 이는 서독의 우승으로 이어졌다. 서독은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헝가리와의 빗속 결승전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스터드의 위력을 실감하며 우승컵을 들었다.

스터드가 박힌 축구화는 이후 대중화되며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젠 그라운드 조건과 날씨, 포지션 등에 따라 축구화 스터드를 고르는 일은 상식이 됐다. 스터드 종류에 따라 축구화는 SG(Soft Ground)와 FG(Firm Ground)·HG(Hard Ground)형으로 크게 나뉜다

길고 푹신한 유럽형 잔디엔 13~15㎜ 높이의 금속재질 스터드가 박힌 SG형 축구화가 적합하다. SG형은 스터드가 무겁고 높아 부드러운 잔디에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한국과 같은 짧고 거친 잔디에는 FG형 축구화가 어울린다. FG형 축구화 밑창엔 10㎜ 정도의 짧고 가벼운 TPU(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소재의 스터드가 12~13개가량 박혀 있다. 맨유에서 뛰는 박지성은 유럽 무대에선 SG형을, 한국에선 FG형 축구화를 주로 신는다. 일본에서 개발된 HG는 맨땅에서 신는 축구화로 FG보다 짧고 굵은 스터드로 지면과의 접지력이 뛰어나다.

포지션에 따라서도 축구화의 선택은 달라진다. 보통 스피드가 실린 직선 운동이 중시되는 공격수는 스터드가 낮고 개수가 많은 축구화를 선호한다. 반면 공격수를 막기 위해 순간적인 방향 전환이 잦은 수비수들은 긴 스터드가 박힌 축구화로 지면과의 마찰력을 높인다.

최근엔 원통형 스터드 대신 막대형 스터드가 대중화되며 선수들은 더 큰 회전력과 접지력을 얻게 됐다. 프로팀 관계자는 "막대형 스터드가 널리 보급된 이후엔 공격수나 수비수의 축구화에 큰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화를 보면 스타가 보인다

스터드가 축구화의 기본이라면, 축구화를 감싸는 외피는 첨단과학으로 선수들의 개성을 부각시킨다. 세계 축구화 시장을 양분하는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수퍼 스타들이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잘 빠진' 축구화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과 맞붙는 아르헨티나의 메시는 세계 최고 드리블러로 꼽힌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메시가 입을 맞춘 축구화는 '조립형'으로 유명한 아디다스 튜닛 시리즈. 다양한 그라운드 상황에 맞춰 선수가 직접 외피와 밑창·스터드를 갈아 끼울 수 있는 튜닛 시리즈는 외피를 열로 접합해 재봉선을 없애고, 커버로 신발끈을 가리는 등 드리블하는 데 장애가 되는 조건을 모두 없앴다.

급격하게 휘어지는 명품 프리킥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은 아디다스의 프레데터 시리즈를 신는다. 1994년 개발된 아디다스의 프레데터 모델은 엄지발가락 부분의 돌기가 공의 회전을 8%가량 높이며 화제를 모았다. 진화를 거듭한 실리콘 소재의 돌기는 슛을 하는 선수의 발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공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에너지를 높여 슈팅 파워를 7% 높였다.

'산소탱크' 박지성은 원형 스터드에 끈이 달린 고전적인 디자인의 나이키 티엠포를 신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티엠포 시리즈는 부드러운 캥거루 가죽 소재로 최상의 착화감을 자랑해 활동량이 풍부한 선수들에게 적합하다. 티엠포를 신고 월드컵에서 맞붙을 박지성과 카를로스 테베즈(아르헨티나)의 스태미나 대결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