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대학교 53대 총학생회(총학)선거 개표과정에서 서울대 사상초유로 부정선거 의혹 및 도청 논란이 불거지면서 선거가 무효화됐다.
총운영위원회(총운위)는 긴급회의를 열고 12월1일부터 4일간 재선거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사전에 투표함을 몰래 열어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의혹을 제기한 후보 쪽은 선관위실을 도청한 뒤 그 음성 파일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30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에서 만난 학생들은 서울대 학생으로서 도청을 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당혹스럽다며 도청 행위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A씨(통계학과·4년)는 "선거 과정에서 도청을 한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다. 상대 후보 측이 정당한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고 의심될 경우 공개적으로 사실 관계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지성인의 자세"라고 도청 행위를 한 후보 측을 비난했다.
B씨(자유전공·1년)는 "대학에 들어와 처음 접한 총학 선거에서 도청이라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며 "대학 선거도 서로에게 흠집만 내려는 정치판과 다를 바 없는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총학 선거에 대해 서울대 학생들의 포털사이트인 스누라이프 게시판에서는 선거 담당자들에 대한 공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글들이 쇄도했다.
필명 'Drip'과 '홀로서기a' 등은 파일을 공개하고 청문회를 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의 공개적인 처벌을 요구했고 수 백 여명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는 점'이라며 도청으로 인해 부정선거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C씨(정치학과·4년)는 "이번 총학 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정선거"라며 "도청은 부정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하나의 오류였을 뿐 그것이 전체적인 문제점을 담고 있지는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청을 질책하기에 앞서 투표함에 붙여 있던 견출지가 뜯겨져 있었다"며 "투표함 조작 가능성 등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D씨(수학과·3년)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선관위가 부정선거를 했는지 정확하게 밝혀내야 한다"며 "도청이 불법행위이긴 하지만 이에 앞서 선관위의 부정선거 실체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25일 치러진 이번 총학생회장 선거는 모두 5명의 후보자들이 출마했지만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매우 낮아 한 차례 선거기간을 연장한 바 있으며 부정 선거와 도청 의혹으로 내달 1일 재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