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에 여성 진출이 활발해지며 여성 상사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남자 상사 중심으로 구축된 조직에 익숙한 부하 직원들에게 '여성 상사'와 일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 되기도 한다. 본지와 케이블채널 '비즈니스앤TV'가 지난 21~26일 20~40대 직장인 853명(남자 457명, 여자 396명)을 대상으로 '여성 상사와 함께 일하기'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녀 상사 중 어느 상사를 선호하는가"라는 질문에 64%가 '남자 상사'를 선택했다.
◆여자 상사, 여직원이 더 어려워해
성별로 볼 때 여자 응답자 중 "여자 상사를 선호한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34.1%로 남자 응답자 중 여자 상사를 선택한 비율인 37.6%보다 조금 낮았다. 여직원이 여성 상사를 좀 더 어려워한다는 이야기. 여자 상사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경우, 남녀 부하의 인식차는 조금 더 벌어졌다. 여자 상사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여자 응답자(356명) 가운데 '여자 상사와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한 응답자는 48.6%로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51.4%)보다 적었다. 반면 여자 상사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남자 응답자(382명)는 '다시 일하고 싶다'가 55.5%로 '그렇지 않다'보다 많았다. 긍정적인 측면은 남녀 모두 여성 상사를 경험한 뒤 여성 상사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한다는 사실. 특히 남자 직원의 경우, 여성 상사와 일을 해보면 호감도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성(感性) 리더십 아닌 감정(感情) 리더십?
"섬세한 건 좋은데 감정 기복 때문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어요." 주관식으로 답한 여성 상사의 단점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부분이다. 리더십 전문가 전미옥 CMI연구소 소장은 "여자 상사들은 화를 묵혀뒀다가, 안 좋은 일이 있으면 한꺼번에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전 소장은 "여자 상사 입장에선 참다가 터진 건데 부하 직원은 사전 장치 없이 즉흥적으로 화를 낸다고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은 직원들로 하여금 '보복한다' '뒤끝 있다'는 편견을 갖게 한다. 대화전문가 이정숙 에듀테이너그룹 대표는 "여성 상사와는 수시로 대화를 해서 쌓인 감정을 '삭제'하고 새로운 관계를 '입력'하는 게 서로를 위해 좋다"고 조언했다.
◆여 상사, 후배를 질투한다?
여성 상사의 단점을 묻는 질문에서도 남녀의 견해가 엇갈렸다. 남자 응답자는 '감정 기복이 심하다'(43.5%), '자기 중심적이다'(17.9%), '업무 추진력이 떨어진다'(16.0%), '질투심이 많다'(7.9%) 순이었다. 반면 여자 응답자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50.76%), '질투심이 많다'(14.7%), '자기 중심적이다'(12.4%) 순으로 답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질투심'. 여자 응답자 중엔 "여자 상사가 후배를 라이벌로 본다", "직무와 관련 없는 외모나 사생활에 잔소리를 한다"는 볼멘소리가 많았다. 이에 대해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대 교수는 "라이벌 의식은 여자들 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자 상사도 남자 부하 직원이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면 견제하는 게 당연하다"며 "여자를 '질투의 화신'으로 몰아서 해석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정숙 대표는 "업무 외 부분에서 지적할 사항이 있으면 제3자를 통해 인지시켜 불필요한 해석을 없애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공문선 커뮤니케이션클리닉 원장은 "상사는 배려라고 해도 부하직원은 '시어머니' 같다고 느낄 수 있다"며 "잘못된 부분은 따끔하게 지적하고 고민은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왕언니'형 리더가 현명하다"고 했다. 그는 "남자 부하직원은 너무 '여성적인 여자 상사'나 '터프한 마초형 여 상사'보다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있는 '누님형 여 상사'를 선호한다"고 했다.
◆여 상사, 일꾼 아니라 리더 돼야
강 교수는 여성 상사들이 편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실력으로 그 위치에 올라갔던 '일꾼' 시절을 잊고, '상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신이 모든 걸 해결하는 '수퍼우먼' 강박에서 벗어나 권한 이임으로 아랫사람 키우는 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 강 교수는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팀장 하의 직원보다 '미션'을 부하들에게 나눠주는 팀장 아래의 직원들이 더 신나게 일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문선 대표는 "여자 상사에 대한 편견에는 잘난 여자들을 인정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나쁜 태도도 한몫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남자 부하가 나이 어린 여 상사에 대해 '능력은 인정하지만 당신에게 복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이럴 경우 여자 상사들은 조직 내 실력자로부터 인정을 받아 '내가 조직의 실세'라는 점을 알리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처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