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요즘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이나 신사동 거리를 걷다 보면 얼굴의 코나 눈 주위에 붕대를 감싼 채 중국어나 영어를 쓰며 지나가는 여성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이 지역의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미용 성형 수술을 받은 여성들이다. 여러 명이 성형외과 병원 로비에서 '퇴원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주로 중국·홍콩·대만·싱가포르·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서 온 여성들이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병원에서는 한 층 병동을 아예 중국 여성 전용 층으로 쓰는 곳도 있을 만큼, 이곳은 아시아 성형 수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느낌이다.

통상 이들은 원정 수술을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들이기에 약 일주일간 머물면서 미용 성형 비용으로 100만~300만원을 쓴다. 그러고는 패션과 액세서리, 화장품 쇼핑 비용으로 그에 버금가는 돈을 지불한다. 일종의 '뷰티(beauty) 쇼핑객'이라고 할 수 있다. '알뜰 관광'을 하는 일본 관광객보다 2배의 돈을 쓰고 간다는 게 여행사들의 말이다.

아시아 여성의 한국 미용 성형 붐은 '한류(韓流)'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아시아 여성 중에는 한국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가기 위해 저축을 하거나 곗돈을 붓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연예인을 꿈꾸는 일부 중국 젊은 여성은 서울 강남에서 안면윤곽 수술 등 '코리안 스타일 성형'을 한꺼번에 받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수술 비용이 중국보다 2~3배 비싼데도 한국 성형 브랜드를 고집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중국과 거래하는 회사 중에는 주요 거래처 직원의 가족에게 '한국 초청 접대 성형'도 제안한다니, '코리아 뷰티'는 아시아에서 나름대로 국제경쟁력을 갖고 있나 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전년에 비해 33% 늘었다.

이제 막 의료 관광이 움트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한국 미용과 성형 붐을 산업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뷰티 산업'으로 연계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연상하면, 다들 고급 패션 문화의 거리로 떠올린다. 그 안에서 새로운 패션과 명품 트렌드가 창출되고, 이는 '프랑스 브랜드'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간다.

미국 LA의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이곳에는 영화사뿐만 아니라 미용 의료와 관련된 피부과·성형외과가 밀집돼 있고, 유명 명품 숍들도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거기서 나오는 각종 뷰티 기술과 브랜드는 '할리우드표'라는 이름을 달고 각 나라에 퍼져 나간다.

서울 강남의 신사동·압구정동·청담동으로 길게 이어지는 지역에는 피부과, 성형외과, 체형 클리닉, 노화 방지 클리닉 등 '미용 의원(醫院)'이 몰려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패션 디자이너들의 부티크와 액세서리, 화장품 숍 등도 빼곡하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의원과 회사, 가게가 밀집된 곳이다. 거창하게 '코리아 뷰티 벨트(belt)'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곳을 한국 뷰티 산업의 상징 거리로 조성한다면, 아시아인들이 선망하는 국제적 명소로 커갈 역량과 요소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요즘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한창이다. 아시아지역에서 많은 영화인과 애호가가 부산으로 몰려와 축제를 즐긴다. 이로써 부산은 '아시아 영화 중심 도시'라는 이미지와 브랜드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코리아 뷰티 벨트'에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뷰티 문화가 창출돼 나간다면, 이곳은 아시아 뷰티 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우리에게는 '한류'와 '한식(韓式) 성형' 붐이라는 좋은 물결이 있지 않은가.

매혹적인 '성형제국'의 미래가 수상해
한국 찾은 외국여성이 선호하는 성형 스타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