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해외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공화당과 보수 논객들이 비판을 주도하지만 미국의 진보 진영 내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마이클 스틸(Steele) 위원장은 지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도대체 무슨 업적을 이뤘는가"라고 반문하고 "오바마의 스타 파워가 평화와 인권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사람들의 빛이 바래게 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적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페기 누넌(Noonan)은 10일자 칼럼에서 "(이번 노벨평화상은) 사악하고 무식한(wicked and ignorant) 상"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노벨위원회는 단지 오바마가 조지 W 부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을 준 것"이라며 "노벨평화상이 존경의 대상에서 조롱거리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보수 진영에서도 극우파 성향인 라디오 평론가 러시 림보(Limbaugh)는 "(내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이란의 독재자와 같은 의견을 갖는 일이 발생했다"며 "그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진보 성향의 미 언론 매체들조차 갸우뚱한 표정이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10일 사설에서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고 그를 전임자보다 훨씬 더 좋아하지만, 왜 그가 취임 직후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한지 모르겠다"며 "노벨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하고 노벨평화상 자체의 신뢰를 깎았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의 온라인 여론조사(11일 오전 현재)에서 응답자의 46%는 "오바마가 노벨평화상 수상을 거절해야 한다"고 답했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를 공개 지지했던 워싱턴포스트도 이날 사설에서 "모두를 당황하게 한 이상한(odd) 노벨평화상"이라며 "이란의 대선 부정(不正)에 항의하다가 숨진 이란 여대생 '네다' 등 분명한 대안(代案)이 있었는데도 노벨위원회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평했다.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오바마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에 가장 놀란 나라는 다름아닌 미국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슈피겔은 "취임 9개월째인 그에게 상을 주는 것은 2~3㎞ 달린 마라토너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것과 같다"며 "오바마에겐 영광보다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오바마의 노벨상 수상에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환구망(環球網)의 온라인 설문조사(11일 오후 현재)에서 응답자의 86.2%는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응답자의 89.5%는 "오바마가 아직 세계 평화를 위해 공헌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