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가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사실을 한국 스포츠계는 '이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선 시카고와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뛴 도쿄가 리우에 패한 이번 '유치전쟁'에서 강원도 평창은 국제 스포츠 정치의 현실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까지는 앞으로 1년9개월 남았다.
■오바마보다 센 IOC 위원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시카고가 1차 투표에서 꼴찌로 탈락한 가장 큰 원인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갈등이었다. USOC는 미국이 IOC의 주요 수입원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IOC에 고압적 자세를 보여오다 망신을 당했다. 특히 IOC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자적인 올림픽 케이블 TV 네트워크 'USON (U.S. Olympic Network)' 설립을 추진해 IOC 수뇌부의 '반미감정'을 자극했다고 한다. 국제스포츠에 관한 한 미국도 106명의 IOC 위원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힘이 없다는 사실이 이번 유치전에서 확인된 셈이다.
반면 리우는 '남미 최초의 올림픽'을 명분으로 한 호소 전략으로 나섰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특히 IOC 종신 위원인 주앙 아벨란제의 IOC 인맥이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에 IOC 위원에 선임돼 가장 재임기간이 긴 아벨란제는 1974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지낸 국제스포츠계의 실력자이다. 오는 2016년에 100세가 되는 그는 유치전에서 주요 IOC 위원들에게 친필 편지를 보내며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2위에 머물렀지만, 스페인 마드리드의 선전 역시 IOC 종신 명예 위원장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89)의 후광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무기는 거물급 스포츠 지도자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국제스포츠에 관한 한 오바마보다 IOC 위원이 더 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총력전뿐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아벨란제나 사마란치 같은 국제스포츠계의 거물이 없다. 동계올림픽 유치 3수(修)에 나선 평창은 이 점에서 다른 경쟁도시에 비해 분명히 열세다.
평창의 라이벌로 꼽히는 독일 뮌헨은 토마스 바하(56) IOC 부위원장이 유치위원장이다. 1991년에 IOC 위원으로 선출된 그는 차기 IOC 위원장으로 거론된다. 이밖에 유럽국가인 프랑스 안시, 불가리아 소피아 등도 IOC에 대한 외교력은 한국보다 우위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은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불명예 퇴진한 이후 국제스포츠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이렇다 할 지도급 인사가 없다.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도 현재 IOC 위원의 자격이 정지된 상태이다.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평창동계올림픽 공동유치위원장인 김진선 강원지사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아직은 IOC 내부를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14일 출범시킨 평창 유치위원회가 자발적으로 뛰는 것 같은 분위기도 아니다. 2016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을 지켜본 국내 스포츠계 인사들은 "평창의 무기는 IOC 위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호소와 명분, 그리고 총력전뿐"이라고 말한다. 평창의 마지막 유치전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