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완성 원고와 비공개 인터뷰가 담긴 회고록 '성공과 좌절'

"대통령이 되려고 한 것이 가장 큰 오류였다. 개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준비된 조직적 세력도 없이 정권을 잡았고, 우리 사회가 미처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개혁을 하려고 한 것이 무리였을 것이다."(2009년 5월 2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완성 원고와 비공개 인터뷰가 담긴 회고록 '성공과 좌절'(도서출판 학고재)이 21일 출간됐다. 가장 최근 글은 서거 사흘 전인 5월 20일 작성됐다. 이 글에서 그는 "정치를 하면서 이루고자 했던 나의 목표는 분명히 좌절이었다"며 '노무현의 오류'로 "당정 분리, 독선과 아집, 무리한 의제들, 말씨와 품위, 언론과의 싸움, 국민을 피곤하게 한 대통령, 적대적 정치문화" 등을 스스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나의 실패를 진보의 좌절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여러분(후배 정치인)은 여러분의 갈 길을 가야 한다. 실패한 이야기가 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박연차 사건 수사와 관련, "정치의 성패(成敗)가 도덕성 하나에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5·16에 대한 어린 시절 기억을 들어 "공과(功過) 판단 이전에 증오감 같은 것이 있어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다"고 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후엔 "김정일 위원장은 대화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북쪽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유연하게 느껴진 사람은 김 위원장이고, 나머지는 대단히 경직돼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 한미 FTA 체결로 지지층이 반발한 데 대해 "(진보 진영이) 공허하게 교조적인 이론에 매몰돼서 흘러간 노래만 계속 부르면 안 된다. 일부 고달프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선동해 끌고 갈 수 있겠지만 책임 있는 정답은 아니다"라고 썼다.

자신이 추진한 '언론 개혁'과 관련해 "좀 더 용의주도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요령을 갖고 유연하게 할 수 없었는가, 지금도 자문자답을 해보지만 언론 문제는 어떤 숙명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수사를 받을 때 뒤뜰에서 취재카메라에 찍힌 것을 들어 "언론은 흉기"라고도 했다.

['장군형' 노무현 vs '순교자형' 오바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