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엄마들에겐 고민의 계절이다. 특히 취학 연령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더욱 그렇다. 사립초등학교에 보낼지, 공립초등학교에 보낼지 고민 중이라면 선배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 보자. 자녀를 사립초등학교와 공립초등학교에 각각 한 명씩 보내고 있는 두 엄마에게 사립초등학교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공립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하다(?)
자녀를 사립초에 보내려는 엄마들 중 대다수는 공립이 사립보다 여러모로 못할 것 같다는 염려를 한다. 사립초에 다니는 아이에게 밀릴 것 같다는 우려다. 첫째 이영준(10)군은 사립인 성신초에, 둘째 이수빈(7)양은 공립인 삼각초에 보낸 주부 김경숙(38·서울 미아동)씨 역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주위에서 사립초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서 일단 사립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첫째와 둘째 모두 지원했다가 둘째는 떨어졌지요. 처음에는 상심이 컸지만 한 학기가 지난 지금은 결과적으로 만족해요.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자유분방한 둘째에게는 공립이 제격인 것 같아요"
김씨는 둘째를 공립에 보낸 뒤 사립 못지않게 좋은 환경, 알찬 교육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공립학교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요즘 공립초 중에는 사립초처럼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시행 중인 곳이 많다"며 "수빈이는 방과후 수업 중 악기 연주를 수강 신청해 바이올린을 배운다"고 말했다. 또 "결국은 자기 하기 나름"이라며 "사립이든 공립이든 학교 프로그램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립과 공립이 특성이 너무 달라 적합한 아이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대체로 민감하거나 세심한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는 사립초, 혼자서도 잘하거나 성격이 원만한 아이는 공립초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공립보다 공부를 많이 시킨다(?)
첫째 아이를 사립인 중대부속초에 둘째 아이를 공립인 서래초에 보내고 있는 주부 오지수(40·서울 방배동)씨는 "사립이 공립에 비해 공부를 열심히 시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업 시수 및 수업 강도가 높은 것뿐만 아니라 학구열이 높은 아이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면학분위기가 조성된다"고 말했다.
특히 영어의 경우 차이가 크다. 공립초의 경우 3학년 때부터 정규 수업 시간에 영어가 편성된 반면, 사립초의 경우 1학년부터 영어를 배운다. 다른 과목 수업도 영어로 진행되는 영어몰입교육도 활발하다. 오씨는 "원어민 강사와 영어 전담 교사가 많아 자연스럽게 영어에 익숙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 경쟁이 치열해 일찍부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오씨는 "조기유학을 다녀온 아이, 선행학습을 많이 한 아이들이 많아서 학습 능력의 차이가 크다"며 "예민한 아이의 경우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워킹맘에게는 사립초가 좋다(?)
김씨와 오씨 모두 "대체로 그렇다"고 입을 모았다. 워킹맘인 김경숙씨는 "사립초에 비해 공립초가 신경 쓸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립초의 경우 부모의 참여수업 일수가 적고, 청소 및 급식을 대부분 외부 용역업체가 대신하고 있어 당번을 서지 않아도 되는 반면 공립은 그렇지 않다"고 귀띔했다.
또한 교사에 대한 믿음도 더 높다. 오씨는 "사립과 공립 모두 교사의 질은 훌륭하지만, 내 아이를 자상하게 돌봐줄 교사를 만날 확률은 사립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립초는 학교 운영이 대부분 학부모가 내는 교육비로 이뤄지는 만큼 교사 채용이며 평가가 비교적 엄격하게 이뤄진다. 또한 교사의 전출입이 없다 보니 교사들이 아이의 특성을 더욱 소상히 파악한다.
사교육비를 절약할 수 있다(?)
사립초의 분기당 등록금은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100만~150만원 정도. 반면 공립초는 사실상 등록금 전액이 무료다. 한편에서는 사립초는 영어몰입교육, 특기 적성 교육 등 공립에서는 시행하지 않는 수업까지 해주는 만큼 비용이 아깝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또 사교육을 위해 학원에 드는 비용을 따지면 공립이나 사립이나 비용은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김경숙씨는 "현재 두 아이 모두 사교육을 시킨다"며 "사립초에 다니는 첫째의 경우 다른 친구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공립에 다니는 둘째의 경우 학교에서 배우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지수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주변 엄마들이 워낙 사교육에 열성적이라서 따라가기 위해 만만치 않은 비용을 투자한다"고 했다.
사립초등학교는 다 비슷비슷하다(?)
공립초와 달리 사립초는 학교마다 특색이 천양지차다. 학교마다 건학 이념, 교육 철학,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유념한 뒤 내 아이의 적성과 재능, 부모의 교육 철학과 잘 어울리는지 살펴야 한다.
통학거리도 빼놓지 말아야 할 고려 대상이다. 김경숙씨는 "제아무리 좋은 학교라도 집에서 학교까지 차로 30분 이상 걸리면 보내지 말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