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이틀 연속 축구는 쓴 맛이 강했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 축구의 자화상이었다.

5일 호주와의 A매치에 이어 6일 2009 K-리그 22라운드가 벌어졌다. 해외파 10명은 딴 세상 얘기였지만, 국내파 13명은 웃지 못할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들은 호주전 직후 동료들과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서둘러 소속팀에 복귀했다.

프로축구연맹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유권해석까지 의뢰했다. 24시간 만의 출격이 문제없는지를 타진했다. FIFA는 문제가 없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FIFA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한 경기를 뛰고 나면 최소 48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것을 권장한다. 고갈된 탄수화물과 미세하게 손상된 근육이 원상태로 복귀하는 데 적어도 이틀이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48시간 사이에 두 경기를 치른 결과는 어땠을까.






팀 급한데 … 웃지못할 경험
13명 중 9명 출격 '한국축구 자화상'


▶K-리그를 외면할 수 없었던 그들

절박한 팀 상황 탓에 K-리그를 외면할 수 없었다. 특히 국내파 태극전사들은 모두 팀의 주축이다. 허정무호에 소집된 13명 가운데 9명이 출격했다. 퇴장과 상벌위원회 징계 등으로 애초에 뛸 수 없던 정성룡(성남)과 김치우(서울)를 제외하면 2명을 빼고 모두 그라운드를 밟은 셈이다. 90분을 소화한 이운재(수원)와 조용형(제주)만 결장했다.

호주전에서 45분을 뛴 염기훈(울산)과 김정우(성남)는 선발 출전했다. 염기훈은 풀타임을 소화하는 투혼을 발휘했고, 김정우는 7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역시 45분을 출전한 기성용(서울)과 이동국(전북)은 각각 하프타임과 후반 8분에 교체 투입됐다. 호주전에 결장해 특별하게 무리가 없었던 강민수(제주) 김형일(포항) 오범석 김영광(이상 울산) 등은 풀타임을 뛰었고, 후반 44분 교체로 나선 이승현(부산)은 후반 25분 출격했다.

 ▶이틀 연속 축구의 명암

성남 김정우는 자진해서 출격했다. 신태용 성남 감독이 교체 투입을 염두에 뒀지만 본인이 강력하게 요구해 이를 받아들였다. 김정우 효과는 컸다. 중원사령관으로 경기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을 펼치며 중원을 장악했다. 또 K-리그 선두 서울을 맞아 전반 5분 만에 결승골이 나왔고, 이를 끝까지 지켰다.

물론 후유증도 있었다. 김정우는 후반 28분 근육 경련이 일어나 2분 뒤 교체됐다. 신 감독은 "전반을 마친 후 괜찮겠니 물어보니 10~15분만 더 뛰겠다고 했다. 그래서 후반 10분 후 재차 물어보니 다시 좀 더 뛰겠다고 했다. 하지만 다리에 쥐가 난 후 '도저히 힘든데요'라며 교체를 요구해 바꿔줬다"고 설명했다.

호주전에 뛴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소화한 염기훈도 필승 카드였다. 부산전에서 알미르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3대1 완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기성용의 투혼은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특히 서울은 전반 기성용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껴 후반 시작과 함께 출격시켰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이동국은 팀이 4대2로 대승했으나, 2경기 연속 득점포는 가동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