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멕시코 중부 사카테카스주의 한 교도소. 재소자 53명이 갑자기 감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이들이 교도소 밖으로 걸어나와 대기한 차량을 타고 유유히 사라질 때까지 무장 교도관들은 가만히 지켜만 봤다.
이날의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탈옥)'는 멕시코의 악명 높은 마약 조직 '로스 세타스'가 수감된 마약 두목들을 빼내려고 기획한 것이었다. 경찰관 복장을 한 20여명이 탈옥을 도왔고, 도주에 쓰인 차량도 경찰차였다. 하늘에는 헬리콥터까지 떠서 도주 차량을 호위했다. 이날 탈옥했다가 다시 체포된 한 마약 중개상은 "교도관들이 우리에게 사복을 입고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마약 카르텔과 전쟁 중인 필리페 칼데론(Calder�cn) 멕시코 대통령은 요즘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난 3년간 수만명의 마약 사범을 체포해 감옥으로 보냈지만, 정작 이들은 교도관들을 매수해 호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돈 많은 재소자는 자신의 감방 열쇠를 소지해 맘대로 드나들며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입고, 피자를 배달시켜 먹고, 매춘부를 안으로 끌어들여 마약과 술 파티까지 한다"고 전했다. 마약 두목들의 방에는 대형 TV도 설치돼 있고, 밀반입된 휴대전화로 바깥의 조직도 관리한다. 이 '별장 생활'에 싫증 나면 교도관들을 매수해 탈옥하면 된다. 재소자 포교를 주로 하는 페드로 아렐라노 아길라(Aguilar) 목사는 NYT에 "멕시코의 교도소는 만물상(萬物商)과 비슷하다. 뭐든지 팔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점점 더 대담해진 마약 조직들은 대통령 암살까지 추진하고 있다. 멕시코 경찰은 11일 칼데론 대통령 암살 계획을 모의한 마약조직 '카르텔 델 파시피코'의 행동대원 5명을 체포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마약 조직원들이 멕시코 교도소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체포해도 별 소용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칼데론 대통령은 마약 두목들을 미국 교도소로 '수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미국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최대 시장이다. 멕시코·미국 간 범죄자 인도협정에 근거해, 미국 정부가 지명수배한 마약 두목 등 멕시코 중범죄자 200여명을 미국에 적극적으로 넘긴 것이다. 그러자 미국 교도소행(行)을 피하려는 멕시코 마약 두목들이 고액의 변호사를 고용해 필사적인 법정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도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수감자 수가 두 배 이상 늘자 마약 퇴치 예산 400만달러를 멕시코 교도소 개선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