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달 받은 과외비 전부를 중개 수수료로 내라고요?"(기자)

지난 7월 28일 오후 2시, 서울 회기역 인근 뒷골목의 5층짜리 낡은 빌딩 4층. 간판도 없는 사무실로 들어서자 20대로 보이는 2명의 여성 상담직원이 앉아 있었다. 기자가 인터넷 구직사이트에서 '일주일 안에 100% 과외를 알선해준다'는 광고를 보고 물어 찾아간 L교육이라는 알선업체였다.

10여 평 내부에는 의자와 책상이 달랑 두개씩, 소파 하나가 전부였다. 책상 위엔 과외 신청을 받는 용도로 보이는 휴대폰 3대가 눈길을 끌었다.

"과외 자리 구하러 왔다"는 기자의 말에, 여직원은 두 종류의 가입 신청서를 내밀며 선택하라고 했다. 그는 "한 장은 매달 과외 수업료를 강사(대학생)와 회사가 5:5로 나누는 방식이고, 다른 한 장은 회사가 첫 달 수업료 100%를 갖고, 다음부터는 강사 혼자 다 갖는 것"이라고 했다.

서류에 재학 중 학과, 과외 경력, 과외 가능 지역 등을 적게 돼 있었지만, 위조 학생증이거나 과외 경력이 사실인지를 검증할 의지는 애초부터 없었다.

서울의 한 대학 구내 게시판에 붙어 있는 과외교사 모집 광고. 여기에 적힌 휴대폰 번호로 걸면, 대부분 과외 알선업체로 연결된다.

한달치 괴외비를 수수료로

학원 단속이 심해지면서 과외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과외 알선을 미끼로 높은 수수료를 떼는 이른바 '과외 중개업체'들의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아르바이트 구하기조차 힘겨워하는 대학생들의 딱한 처지를 악용해, 학부모로부터 받은 과외비를 제때에 지급하지 않거나, 약관의 잦은 변경으로 폭리를 취하는 악덕 업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현행 직업안정법상 직업알선업으로 등록하면 과외알선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당국에 신고 없이 영업하고 있다. 또 현행법상 유료직업 알선 수수료는 3개월 미만의 직업일 경우 한 달 월급의 10%, 3개월 이상일 경우 3달 월급의 10%로 정해 놨지만, 대부분 이를 초과하는 수수료를 떼는 불법으로 영업 중이다.

아파트 1층 로비나 대학 구내 게시판에 '서울 명문대 학생 과외 가능' '과외 선생님 모십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휴대폰 연락처가 남겨진 전단의 대부분은 바로 이런 알선업체들이 붙여 놓은 곳이다.

L교육에서 만난 대학생 선모(22)씨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은 알지만 그나마 과외 자리를 구하려면 알선업체를 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6)씨는 지난 5월 첫 달 과외비 100%를 수수료로 내고, 다음 달부터는 제대로 과외비를 받기로 하고 과외 알선업체와 계약했다. 그런데 7월이 됐는데도 그의 통장엔 과외비의 50%만 입금됐다. 회사에 따지니, 규정이 바뀌어 첫 달 과외비의 100%, 두 번째 달 과외비의 50%, 그 이후에는 20%의 수수료를 공제한다는 것이다. 물론 김씨에게 일절 통보는 없었다. 그는 소비자 단체에 고발을 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또 다른 대학생 송모씨는 첫 달 과외비 100%를 수수료로 떼주는 방식으로 계약했다가, 한 달 만에 과외 강사 자리를 잃게 돼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송씨가 항의하자 L과외알선업체는 "새로운 과외 자리를 소개해 주겠지만, 그 과외도 역시 첫 달 과외비 전액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고 대답했다.

불법 방치하는 정부

일부 알선 업체 중에는 위치와 홈페이지 주소는 모두 비공개인 채 오로지 팩스와 전화로만 가입을 받는 경우도 있다. 기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떠 있는 K과외알선업체와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업체 담당자는 팩스번호를 알려주며 "이력서와 학생증 사본을 보내라"고 했다. 수수료에 대한 질문을 하자 담당자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서류를 제출하면 말해주겠다"고 답했다. 약간의 실랑이 끝에 듣게 된 수수료 규정은 "첫 달 과외비 100%를 수수료로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유명 포털 사이트의 인터넷 카페에 등록해 과외 중개업체를 운영하는 변칙도 등장했다. D과외알선업체의 카페 공지사항에는 '과외가 연결되면 첫 달 과외비 전액이 저희 모임의 운영비 및 홍보비용으로 사용된다'고 명시돼 있다.

과외 알선업체가 신고하지 않고 영업하거나, 법에 정해진 이상의 수수료를 떼는 것은 불법이지만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YMCA 시민중계실 김혜리 간사는 "대학생 과외알선 횡포에 대해 경찰이나 교육과학기술부, 노동부 등 어느 부처도 책임 있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과다 수수료 문제는 당국에서 신고센터만 운영해도 대학생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직업알선업체를 담당하는 노동부나, 대학생을 보호해야 할 교과부는 이런 식의 불법 과외알선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