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하재연(가명・31)씨는 튀어나온 입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퉁명스럽게 보이는 인상 탓에 '뭐 안 좋은 일 있느냐'는 소릴 듣는 건 다반사. 웃을 때도 드러나는 잇몸 때문에 영 신경이 쓰이고 표정도 어색해 늘 속이 상한다.
◆ 퉁명스럽고 화나 보이는 인상 줘
치아의 배열이나 골격이 제 위치를 벗어나 입이 튀어나와 보이는 '돌출입'. 그냥 참고 지내기엔 이로 인한 콤플렉스가 만만치 않다. 입이 첫인상을 결정짓는 비중이 의외로 크기 때문이다. '입' 하면 보통 입술만 생각하지만 입 주변을 포함한 하안면부(코 아래부터 턱 끝까지) 전체가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전체 얼굴의 1/3을 차지하고 상안면부(이마 끝부터 미간까지)를 앞머리로 가릴 경우는 얼굴의 절반에 해당한다.
돌출입은 상대적으로 코를 낮아 보이게 하고 퉁명스러운 인상을 준다. 입을 다물 때 입술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입을 자주 벌리게 되는 것. 웃을 때 잇몸이 많이 드러나고 치아에 립스틱이 자주 묻는 경우. 사진을 찍었을 때 입술 부위가 부자연스럽고 8자 주름이 도드라져 실제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것 등이 돌출입으로 인한 증상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돌출입은 기능적인 면보다는 심미적인 필요로 교정이나 수술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천적인 경우가 많지만 얼굴뼈가 자라는 동안 외부의 자극에 의해 증상이 도드라지는 경우도 있다. 손가락을 빠는 습관은 물론 호흡기 질환을 오래 앓을 경우 호흡이 편하도록 뼈가 변형돼 돌출입을 부르기도 한다.
◆ 치료법 잘못 택하면 옥니・합죽이 불러
단순히 입이 튀어나와 보인다고 다 똑같은 돌출입은 아니다. 정지혁 프로필성형외과 원장은 “돌출입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고 각각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돌출입은 크게 치아 교정만으로 치료가 가능한 ‘치성 돌출’과 수술이 필요한 ‘골격성 돌출’로 나뉜다. 치성 돌출은 위아래 잇몸과 턱 골격의 위치는 정상인데 치아의 크기나 배열이 고르지 않아 입이 튀어나와 보이는 경우다. 뻐드렁니가 이에 해당된다. 교정만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치료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치료기간 때문에 수술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 잇몸 골격이 지나치게 뒤로 물러나 입과 볼이 움푹 들어가 보이는 ‘합죽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골격성 돌출은 골격의 위치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증상에 따라 3가지로 분류하는데 치아의 맞물림에는 이상이 없으나 위아래 잇몸 골격이 같이 튀어나온 경우가 1급 골격성 돌출, 입술 위가 더 튀어나온 경우가 2급, 아래가 더 튀어나와 주걱턱처럼 보이는 경우가 3급이다. 골격성 돌출은 반드시 치아 교정과 수술을 함께해야 한다. “수술로 인해 골격이 움직이면 구강구조와 치아의 배열에도 변화가 오기 때문에 치열과 교합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정 치료는 필수”라는 게 정 원장의 설명이다. 골격성 돌출인 사람이 수술만 받을 경우 발음이 새거나 치아 기능 이상, 돌출입 재발 등의 우려가 있다. 치아 교정만 할 경우 옥니가 되기 십상이다. 옥니는 씹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물론 보기도 안 좋고 치아 뿌리와 잇몸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 골격성 돌출은 수술・교정 병행을
1급 골격성 돌출의 경우 ‘전방분절절골술’로 시술한다. 위아래 일부 치아만 뒤로 밀어 넣는 수술이다. 2, 3급의 경우는 위아래 턱 골격을 움직이는 양악(顎)수술, 또는 여기에 추가적 수술이 더해지는 삼악, 사악 수술이 필요하다. 치아 교정을 병행하기 때문에 성형외과와 치과 간 협진을 통해 치료해야 하고 1~2년에 걸친 교정기간 중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하게 된다. 골격성 돌출의 경우 수술 후 7~10일이면 눈에 띄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수술 후에는 감염과 시술 부위 훼손을 막기 위해 7~10일간은 칫솔질을 금해야 한다. 음식 섭취 후에는 물로 입 안 음식물을 최대한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돌출입 치료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것. 정 원장은 “수술이 두렵다고, 또는 긴 교정치료 기간이 부담된다고 필요한 시술을 건너뛰거나 편한 길을 택하는 것은 자칫 더 큰 불행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 행복플러스
글 이경석 기자 ㅣ 사진 김승완 기자 ㅣ 일러스트 배진성 ㅣ 도움말 프로필성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