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아프리카 내전을 상징하는 것은 '블러드(blood) 다이아몬드'만이 아니다. 가혹한 노동에 동원된 아프리카 주민이 채굴한 광물로 만들어지는 '블러드 컴퓨터'가 내전 세력의 배를 불리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자연자원과 관련된 각국의 내전과 부패를 고발하는 비영리단체인 '글로벌 위트니스'는 최근 '총에 맞서,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Faced with a Gun, What Can You Do?)'라는 보고서에서 "콩고민주공화국(DRC·이하 콩고) 광산에서 주민 노동으로 채굴된 광물이 내전의 자금줄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광물의 공급사슬에는 글로벌 기업 240곳이 얽혀 있으며, 휴렛패커드·노키아·모토로라·델 등이 최종 매입자라는 것이 이 단체의 주장이다. "만약 콩고 광물의 공급망을 투명하게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한 소비자의 휴대폰이 진동으로 떨릴 때, 콩고 광부의 가혹한 노동 끝에 캐낸 철망간중석이 그 휴대폰에 들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를 수 있다"고 전했다.

콩고 동부의 북(北)키부와 남(南)키부에는 석석(錫石)·철망간중석·콜탄·금 등이 풍부하다. 특히 콜탄은 휴대폰·컴퓨터칩·각종 게임기 제조에 쓰이는 탄탈륨의 원석으로, 전 세계 수요의 약 80%가 콩고에 매장돼 있다.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콩고인민방위군(CNDP), 르완다민주해방군(FDLR) 등이 인근 주민을 일당도 주지 않고 노역에 동원한다. 남키부의 한 광부는 "우리는 그들에게 고깃덩이에 불과하다. 우리는 동물이다"라고 호소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반군은 이렇게 채굴한 광물을 헐값에 넘긴다. 콩고 정부군과 반군은 서로 총부리를 겨누면서도, 돈이 되는 광물 채굴과 거래에선 협조한다. 운반을 위해 도로를 비워주고 공항 이용권도 내준다. 채굴된 광물은 최대 7차례 중간상인을 거쳐 다국적 기업에 도달한다. 북동부 키상가니를 장악한 반군 지도자 오누숨바(Onusumba)는 "매달 다이아몬드로는 20만달러를 벌지만, 콜탄으로는 100만달러를 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영국 원자재 공급기업인 AMC는 "보고서는 다국적 기업 공급망의 복잡성을 무시하고 사실의 일부만을 단순화해서 전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글로벌 위트니스는 "내전 지역 교역에 대해서는 감시를 철저히 하고 원산지 표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