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2009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자

나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좋아하는, 혹은 싫어하는 음식을 묻곤 한다. 조금 생뚱맞을 수 있긴 해도 대부분은 대답을 잘 해주는 편이다. 매번 느끼는 건데 이상하게 식성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람은 없다. 취향이나 외모는 비슷해도 식성은 다들 천차만별이다. 심지어는 같이 나고 자란 동기간에도 판이한 경우가 많다.

내게는 십년지기 친구가 몇몇 있는데, '오래 알면 닮아간다'는 말이 통하지 않을 때가 음식을 고를 때이다. 버릇이나 말투까지 무척 비슷해서 자매가 아니냐는 오해를 사지만, 입맛은 전혀 다르다. 종일 붙어 놀다가도 밥을 먹을라치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말싸움으로 번지는 게 태반이다. 다른 건 다 양보가 되는데 식당 선택만큼은 물러서기 어렵다. 상대방의 식성을 맞추어 주는 것이 배려이고 예의겠지만,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일은 큰 곤욕이 아닐 수 없다.

가족들끼리도 서로 다른 입맛 때문에 종종 실랑이를 벌인다. 국을 놓고 먹을지 말지, 양념을 누구 위주로 조절할지, 어떤 육류를 선택할지 등을 놓고 다툰다. 밥마저도 되게 할 것인지, 질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나는 찬밥을 좋아하고 할머니는 진밥, 아버지는 된밥, 어머니는 눌은밥, 동생은 갓 지어낸 밥의 윗부분을 좋아한다.

식성만큼 다양하면서 사람마다 고유한 기호를 보여주는 것은 드물 것 같다. 개성이 없거나 뭐든 좋다는 사람도 몇 가지 음식을 가져다 놓고 호불호(好不好)를 따져 보면 취향이 그대로 나온다. 각기 다른 입맛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관조해 보는 일이 한편으로 즐겁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 보는 일이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