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히어로즈와 연예인 야구팀 천하무적 야구단의 친선전이 열린 목동구장,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전체가 어울려 재밌는 한 때를 보내는 장면을 덕아웃에서 부러운듯 물끄러미 쳐다보는 선수가 있었다. 최고 소방수 출신이자 슬라이더의 달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용준.



조용준은 "연일 등판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데, 등판 기회만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물론 전성기 구위는 아직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연 조용준이라는 이름 석자를 야구판에 알린 필살기 슬라이더는 지금 어느 정도일까?

▶마구와 같았던 슬라이더

조용준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2003년과 2004년 전성기에 어지간한 선수들의 직구 스피드에 가까운 141㎞에 달하는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유린했다. 바깥으로 휘기만 하는 보통 슬라이더와 달리 뚝 떨어지기까지 하니 타자들에겐 '마구'처럼 보이는 엄청난 결정구였다.

몸을 비틀어 던지는 특이한 폼에다, 보통 중지를 이용해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나가도록 회전을 주는 일반적인 투수들에 비해 조용준은 검지에 회전을 주면서 좀 더 특이한 궤적의 공을 뿌릴 수 있었다. 이럴 경우 어깨 앞쪽 근육뿐 아니라 등 근육의 지원까지 받을 수 있어 더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연세대 시절 이미 등 근육이 마르기 시작했던 조용준으로선 이 슬라이더를 '전가의 보도'로 삼다보니 몸에 더 무리가 올 수 밖에 없었다. 2005년 시즌이 끝난 후 수술을 받았지만, 이후 전혀 마운드에 서지 못했던 것도 그만큼 몸이 혹사를 당했기 때문. 여기에 조용준 스스로의 의지 부족이 더해지면서 3년간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됐다.

 ▶아직은 미지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성기 슬라이더의 궤적은 당분간 보기 힘들 것 같다.

현재 조용준의 슬라이더는 횡으로는 잘 휘지만 떨어지지를 않는다. 스피드는 시속 137㎞까지 나오고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최고 구속일뿐 130㎞대 초반에서 형성되고 있다. 전성기보다 전반적으로 모든 구질이 7~8㎞정도 떨어진 상황. 이럴 경우 왼손 타자에게 의외로 장타를 많이 맞을 공산이 크다. 김시진 감독은 "아직 뚝 떨어지는 공을 마음껏 뿌리지는 못한다. 무리시킬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일단 김 감독은 조용준의 복귀 시점을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 빠르면 28일 목동 SK전부터 거의 4년만에 조용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조용준은 "스피드와 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복귀한 후 2년차쯤이 돼서야 정상 스피드가 날 수 있다고 하니 내년에는 전성기 모습이 나올 수 있을지 나 스스로도 궁금하다"며 "그동안 타자들의 힘과 기교가 엄청나게 발전한 것 같다. 예전처럼 마음껏 삼진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기교파 투수로 변모해 맞혀 잡는 스타일로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만약 조용준이 성공적으로 복귀한다면 히어로즈는 시즌 막판 순위 다툼에서 천군만마를 얻을 수 있다. 올드팬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