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전쟁 영웅으로 전국민의 추앙을 받는 보 응웬 지압(Giap·98) 장군의 강력한 반대로 베트남 정부가 국운을 걸고 추진 중인 국책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07년 말 중부 산악지대의 보크사이트(알루미늄의 원석) 광산을 대대적으로 개발키로 하고 중국의 알루미늄 기업 차이날코를 사업에 참여시키기로 확정한 바 있다. 차이날코의 인력과 장비를 대규모로 투입해 2015년쯤 매년 보크사이트 660만t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응웬 떤 중 총리는 "당과 국가의 주요 정책"이라고 강조하며 이 사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과학자와 환경운동가, 종교계 인사들이 사업에 반기를 들었다. 환경파괴와 소수민족 강제 이주 등 부작용이 예상되고, 중국 노동자와 경제력이 유입되면 베트남의 국가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논란은 베트남이 환경파괴적인 중국식 산업개발 모델에 대한 경계심은 물론 중국에 대한 본능적인 불신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은 29일 분석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목소리들은 정부에 의해 간단히 무시됐겠지만 이번엔 다르다. 지압 장군이 지난 1월 "이 사업은 환경, 사회, 국방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을 시작으로 모두 3차례에 걸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나타내자 베트남 정부는 사업 재검토를 약속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보크사이트 광산 개발 사업을 관장하는 베트남 국영 광산기업 비나코민의 도안 반 키엔 회장은 반발한다. "지압 장군은 국가 영웅이지만 벌써 100세가 다 됐다. 그분을 존경은 해야 하지만 우리는 지금 현 정부와 공산당 지휘하에 있다"는 주장이다.
프랑스와 미국 등 강대국들과의 전쟁을 잇달아 승리로 이끈 지압 장군은 정규 군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하노이 대학을 졸업하고 역사 교사로 일하던 중 1931년 공산당에 입당했다.
1945년 일본군이 물러날 무렵 베트남의 국부(國父) 호찌민과 함께 게릴라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54년 화력과 병력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프랑스군을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섬멸, 1차 인도차이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베트남 전쟁 때는 북베트남군 총사령관을 맡아 미군을 격파했다.